이화여대 학생, 직장인 단과대 설립 반발..3일째 점거농성

총학생회 "대학 이름 내세운 학위장사 의혹"
학교 측 "사회진출 여성에 교육기회 제공"
警, 21개 중대 투입..교수등 5명 46시간 만에 나와
  • 등록 2016-07-30 오후 4:15:29

    수정 2016-07-30 오후 4:37:32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에 진입한 경찰이 직장인 대상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에 반대하며 점거농성 주인 학생들을 연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직장인 대상 평생교육 단과대 설립을 둘러싸고 이화여대와 학생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학생들은 사흘째 대학 본관 건물 점거 농성을 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30일 이화여대 등에 따르면 학생 100여명이 본관 1층과 계단을 점거한 채 농성 중이다. 농성은 지난 28일 오후 2시에 열린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교육부 지원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폐기하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농성 학생들은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아 평의원 2명을 포함해 교수 4명과 교직원 1명 등 5명이 46시간 가량 갇혀 있었다. 경찰은 이날 정오쯤 학교 측 요청으로 본관 안으로 들어가 농성 중인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밖으로 끌어내 갇혀 있던 교수·교직원들을 데리고 나왔고 이들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갇혀 있던 교수·교직원들이 모두 밖으로 나온 뒤에도 학생들은 여전히 본관에서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날 학교 안팎에 21개 중대(1600여명)의 경찰력을 투입했다. 본관 진입 과정에서 경찰과 학생들간 몸싸움이 벌어졌고 찰과상 등 부상을 입은 학생들도 있었다.

이화여대는 5월 교육부가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에 참여할 대학을 두 번째로 모집할 때 신청해 이달 초 동국대·창원대·한밭대와 함께 선정됐다. 이에 따라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고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전공과 건강·영양·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전공 등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라이프대학 정원은 150여명이며 2017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대학 측이 이화여대의 ‘이름값’을 앞세워 ‘학위 장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총학생회 측은 “60명의 정원 조정이 조건이었던 1차 선정 때에는 신청하지 않았다가 이 조건이 빠진 2차 선정 때에야 신청한 점, 교육부로부터 30억원의 지원금을 받는 사업이라는 점은 학교가 ‘돈벌이’를 위해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교 측은 사회에 진출한 여성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건학 이념에 부합할뿐 아니라 다른 대학에도 고졸 직장인을 위한 전형이 이미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고려대·한양대·중앙대 등 이미 고졸 재직자 입학전형이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없었다”면서 “고등교육을 받을 능력을 갖춘 고졸 직장인에게 진학의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를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사태를 대학당국의 국책사업 수주를 둘러싼 건설적인 의견수렴의 본질을 넘어 변질된 집단행동으로 판단하고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측은 “만약 수사에 들어갈 경우 농성 학생들에게 감금 혐의나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도 “학내 문제인 만큼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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