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난동’ 도사리는 법원…제재·처벌은 ‘솜방망이’

지난달 28일 서울남부지법서 흉기 피습
매년 1건 이상 법정 내 폭력·상해 발생
“검문·검색과 제재 규정 더 강화 해야”
  • 등록 2024-09-01 오후 2:35:55

    수정 2024-09-01 오후 7:18:18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피고인이 법정에서 피습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법원 보안의 빈틈이 드러났다. 매년 1건 이상 법정에서 폭력이나 상해가 발생하고 있어 법원의 검문·검색에 빨간불이 켜졌다.

천대엽(왼쪽 두번째) 법원행정처장이 3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을 방문해 코인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법정에서 흉기로 피습 당한 사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재판을 방해하는 법정 난동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남부지법의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피의자인 하루인베스트 대표 이모씨는 피해자인 50대 A씨가 휘두른 흉기에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하루인베스트 코인 편취 사건의 피해자로, 출금 중단에 따른 손해에 불만이 있어 범행했다”며 “몇 달 전 구매한 흉기를 가방에 넣어 반입했다”고 진술했다.

법정 내 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사법정책연구원이 공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1년간 법정에서는 매년 최소 1건씩 총 41건의 폭행·상해가 발생했다. 가장 많은 사건이 벌어진 해는 2021년(9건)이었다. 이듬해인 2022년(6건)에도 두 달에 1회꼴로 관련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기간 동안 벌어진 욕설·난동은 305건, 법정 내 자살이나 자해도 17건에 달했다.

문제는 법정 난동을 막을 제도와 인력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법원조직법 제 55조의 2는 법원보안관리대원이 법원 청사 내의 질서유지에 방해되는 물건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출입자를 검색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원보안 관리대는 법원에 있는 사람이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가하거나 법원의 질서·업무를 방해할 때 보안장비를 사용하거나 신체적인 유형력을 사용할 수 있다. 단, 이 조항에는 ‘유형력의 행사 등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단서가 있다. 언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세부 설명은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문이 간소화되고, 난동이 있어도 도구를 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는 “대체복무요원들이 많이 동원되는데 이들은 전문성이 떨어져서 (검문검색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며 “장비 사용이나 몸수색도 까다롭게 하면 항의하는 사람들이 있어 경계가 약해진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법정 난동 이후 제재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올해 1월 사법연구원이 법원 전산시스템을 통해 산출한 지방법원 감치 건수는 2019년 20건, 2020년 14건, 2021년 14건, 2022년 10건으로 점차 줄고 있다. 법정국회회의장모욕죄의 경우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총 15건만 기소됐다. 같은 기간 동안 법원에서만 욕설·난동과 폭행상해, 명령불응이 294건이 확인된 점과 비교하면 관련 기소율(5%)은 매우 낮았다.

전문가들은 법정 난동을 막기 위해 보안수준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판관은 소란이 있을 때 감치를 명령할 수 있지만, 법원에 감치 공간이 없는 곳도 상당하다”며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준하는 수준으로 보안 기준을 강화하고, 관련 시설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실장은 “법정 난동은 강력한 대응이 뒤따르지 않으면 소송 당사자들이 이렇게 행동해도 괜찮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며 “폭력의 수위나 위협이 높을 때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지침을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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