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하라"…서울역에 모인 이주 노동자들

‘2023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 대회·행진
"한국 이주민 인종차별 多…부끄러워해야"
"혐오주의 생각, 공포…차별금지법 필요"
  • 등록 2023-03-19 오후 5:02:57

    수정 2023-03-19 오후 5:02:57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전국의 이주노동자·이주민들이 오는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앞두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주인권단체 공동은 1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의 서울역광장 앞에서 ‘이주민의 평등, 자유, 안전 보장하라’ 기념대회를 열고 “이주민의 인격을 존중하고, 노동과 생활의 모든 면에서 차별 없이 대우하라”고 외쳤다.(사진=황병서 기자)
이주인권단체 공동은 1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앞에서 ‘이주민의 평등, 자유, 안전 보장하라’ 기념대회를 열고 “이주민의 인격을 존중하고, 노동과 생활의 모든 면에서 차별 없이 대우하라”고 밝혔다.

인종차별 철폐의 날은 매년 3월 21일로, 1960년 3월 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분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69명이 희생된 것을 추모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날 시위에 나선 참가자 50여명은 무지갯빛 깃발 아래 형형색색의 풍선과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삶을 살고 싶다’, ‘누군가를 배제하는 사회는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아요’와 같은 팻말을 들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한국에 있는 이주민, 이주노동자들이 국적, 인종, 피부색, 언어, 종교 등 이유로 겪는 인종차별이 많다”며 “미등록노동자가 돼지우리 숙소에서 죽어 야산에 버려지는 현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20년 된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모든 인종차별적인 제도를 평등하고 권리 보장되는 제도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국내에선 이주민을 상대로 한 차별, 혐오 사례가 수차례 지적돼왔다. 경기 포천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10년간 일하다 숨진 태국 출신 미등록 60대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숙소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농장 주인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 고용한 사실이 발각될까 봐 두려워 시신을 돼지농장 인근에 유기하기까지 했다.

대구에서는 이슬람 사원이 건립되는 과정에서 인근 주민의 혐오 표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이슬람 종교에서 금지하는 돼지 삼겹살을 구워먹거나 공사장 인근에 삶은 돼지머리를 가져다 놓는 등 행각을 벌여 논란이 됐다.

이날 다문화 가정 2세이자 독산고등학교 소속 학생 박찬빈 씨는 “혐오주의자들의 생각은 다른 일반 시민에게도, 다른 청소년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공포스러운 일”이라며 “차별받지 않는 권리를 법으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도록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실천도 있다”며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들었을 때 같이 따라 하지 않고 그 사람을 제지하면 느리지만, 변화는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기념대회가 끝난 후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행진했다. 인종차별 철폐의 날인 오는 21일에는 여의도의 국회 앞에서 ‘인종차별 조장하는 난민법 개악 안 즉각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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