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26일자 16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사례1) 의류업체 A사는 지난 2010년 봄 신상품 추가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한낮 기온이 2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봄철 겉옷의 재고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봄 신상품 상당수를 아울렛 매장으로 긴급 출고시켜야 하는 쓴맛을 봤다.
사례2) 제일모직은 작년 겨울에 날씨 덕을 봤다. 회사 내 날씨TF팀의 `2011년 10~12월이 전년에 비해 이상한파는 없고 기온이 포근하다`는 이른 예측으로 레이어드 아이템인 경량다운과 패딩 점퍼 등을 각각 1만장씩 생산했다. 그 결과, 다운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던 국내 아우터 시장에서 빈폴멘즈는 홀로 20% 이상 신장했다.
패션업계에서 `날씨`는 매출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쇳말`이다. 지난해 12월 따뜻한 날씨로 패딩 판매량이 부진했던 아웃도어 업체들은 최근 할인행사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백화점들은 꽃샘추위로 안 팔린 봄 신상품을 제값에 팔 수 있는 기간을 늘리기 위해 올해 봄 정기세일을 전년도보다 일주일 늦추기도 했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날씨를 극복하기 위해 패션업계가 변하고 있다. `날씨와 동업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날씨가 제품 기획에서 디자인, 판매 전략에까지 주요 변수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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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의 캐주얼브랜드 빈폴은 이상기후 가능성에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별 전략을 수립하고 전담 인력을 선정해 지난 2010년 5월 최초로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했다.
이달부터 급격하게 기온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한 제일모직은 `홑겹 점퍼`를 기획해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안감이 없는 빈폴 홑겹 사파리 점퍼 판매율은 다른 봄 아이템에 비해 2배에 이르는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LG패션은 자체 개발한 반응생산(QR) 시스템을 적용해 초기 생산물량을 최소화하고 출하 당시의 기후 및 날씨와 트렌드에 따라 제품을 추가 생산하고 있다.
모그는 이번 시즌 얇고 가벼워 봄부터 초여름까지 활용할 수 있는 만능 소재인 `오간자`를 사용한 재킷과 원피스 등의 아이템을 전체 물량의 10% 정도로 구성했다.
박성교 LG패션 모그 차장은 "여성복, 남성복을 비롯해 캐주얼 등 복종을 불문하고 제품 기획에 짧아진 봄, 가을을 고려해 반응생산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과 봄의 중간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트랜스포머 아이템의 판매도 급증하는 추세다.
질바이질스튜어트는 소매에 달려 있는 스트랩(끈)이나 단추를 통해 팔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셔츠와 블라우스 제품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쌀쌀할 때는 풀어서 긴팔로 입을 수 있고, 더울 때는 걷어서 7부 또는 반팔로 연출할 수 있는 제품으로 기온의 편차가 심했던 지난달 여러 차례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당초 목표 매출치를 40% 이상 상향 초과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기록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도 등산복 바지의 밑부분을 도려내어 7부 바지로 겸용 가능한 봄여름용 제품 생산량을 지난해 대비 2배가량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3~4년간 이상 기후로 간절기가 짧아지고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의류기업들도 일기예보를 적극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은 봄, 가을 물량을 최소화해 불필요한 재고를 줄이고 반응생산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도 "계절이 급변하는 요즘은 업체별로 간절기 상품을 줄이는 대신 여름 겨울 상품을 전략적으로 늘려가는 게 트렌드"라며 "전년보다 여름 물량을 5~10% 정도 늘리고 여름 상품 수요를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위크엔드]아직도 쫄쫄이 입고 타세요? ☞[위크엔드]까다로운 그녀가 등산복을 입고 출근했다 ☞[위크엔드]그녀의 발 끝에 봄이 피었다 ☞[위크엔드]장비로 살펴보고 패션으로 완성하라 ☞[위크엔드]간절기, 포인트 아이템으로 멋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