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정치인]김영주 환노위원장의 노동운동 발자취

  • 등록 2015-10-16 오전 9:04:08

    수정 2015-10-16 오전 10:03:57

[이데일리 선상원·강신우 기자]“미셸 캉드쉬(Michel Camdessus)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그 사람 말 한마디에 동화·동남·대동·충청은행이 모두 문 닫았습니다. 서울신탁은행과 제일은행은 노동계가 막아냈죠. ‘아, 입법이 중요하구나’ 그때 알았습니다.”

△김영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사진=김정욱 기자)
김영주 위원장은 1997년 겨울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IMF는 구제금융을 해주는 대가로 다수의 전국·지역은행을 폐점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당시 문민정부에서는 관련 특별법을 명하고 국회서 입법화하려 했다. 노조의 반발이 거셌다. 차기 정부였던 김대중 당선자는 노사정위원회를 제안했고 노동계가 참여해 가까스로 전국은행인 서울신탁·제일은행은 특별법에서 빠지게 됐다.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자, 여성 은행원들은 비정규직 발령 1순위였다. 정직원으로 근무하는 여행원들을 희망퇴직시킨 뒤 계약직으로 같은 업무를 보게 하는 식이었다.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상임부위원장이던 김 의원은 여성들에게는 창구 업무만 주로 시키다 상황이 나빠지자 대거 퇴직시키고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현실에 분개했다.

김 의원은 1976년 12월 서울신탁은행 약수동 지점에서 은행원으로 첫 발령을 받는다. 껌 한 통 100원 하던 시절. 남성 은행원 호봉이 1만1000원 오를 때 여성은 3000원 올랐다. 여성 은행원 5호봉일 때 월급이 신입 남성 은행원과 같았던 셈이다. 주업무는 창구업무였다. 일손이 부족할 땐 대부·당좌업도 도맡아 했다

‘여’(女) 은행원.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아야 했던 그때를 그는 “굉장한 충격이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노조원으로 가입하게 된 배경이다. “똑같이 일하는데 왜 월급은 달라야 하나.”

당시만 해도 여성 은행원들은 ‘결혼하면 퇴직한다’는 각서를 써야만 입사할 수 있었던 게 관례였다. 노동조합이 결성된 은행에 한해 결혼퇴직각서가 폐지되고, 근로기준법(출산휴가 2개월)을 따른다고 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당시 금융노조 대의원이던 김 의원도 출산 휴가 60일을 쓰고 돌아왔을 때 이 같은 부당한 대우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회사에 다시 돌아오니 내 자리가 없어 창구 보조로 발령이 났다. 노조 대의원도 이런 대우를 당했는데 다른 직원들은 어땠겠나. 1980년 중반까지도 출산 휴직제가 사실상 없었다. 임부복도 없었다.”

결국 김 의원은 여성은행원제도 폐지, 출산휴직제 도입, 은행 내 보육시설 설치 등 금융노조 최초로 여성 노동 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깃발을 높이든 그는 1996년 국민포장을 수훈한다. 당시 정부가 남녀고용평등의 달을 맞아 고용현장에서 남녀 고용평등 실현과 여성인력 활용에 기여한 유공자 28명을 선정했고, 그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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