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전국진 재난지원금 합의가 100분만에 번복됐다. 국민의힘의 당내 반발에 이준석 대표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이에 여권 인사들은 ‘국정이 장난아니냐’며 반발했다.
| 송영길(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취재단) |
|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양당 대표간의 ‘전국민재난지원금 합의’는 이번 대선 생각의 전투의 가장 중요한 전선을 함몰시켰다”며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의힘 지지자를 꼿꼿이 세우고, 합리적인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망가뜨린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우리 내부 ‘철학의 붕괴’”라고 이 대표를 저격했다. 윤 의원은 전날에도 “민주적 당 운영을 약속해놓고 당의 철학까지 맘대로 뒤집는 제왕이 되렵니까”라고 원내 합의 없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합의한 이 대표를 비판했다.
같은 당 조해진 의원도 전날 “황당한 일”이라며 “우리 당의 기존 입장은 반대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표가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른 합의를 해준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며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이 대표의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실망스럽다”며 “전국민대상으로 소비진작 목적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일이 아니라 그 돈은 자영업자의 생존자금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민을 표로 보니까 금액을 줄여서라도 전국민에 지급하려고 하는 여당의 의도를 비판해야지, 야당도 동의했다며 숟가락을 얻으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표는 동의해 준 야당에는 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여당의 포퓰리즘 매표 행위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송 대표와 이 대표는 만찬회동을 하고 전 국민 재난지원급 지급에 합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 반발에 결국 합의는 번복됐다. 합의 발표 후 100분만의 일이다. 황보승의 국민의힘 대변인은 전날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 범위를 넓히고 두텁고 충분히 지원하는데 우선적으로 추경 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그 후 남는 재원이 있으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범위를 소득하위 80%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을, 방역상황을 고려해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이날 “방역 수칙 강화로 2인 제한이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외에) 배석자가 없다 보니 회동 후 다른 방에 있던 대변인들에게 전화상으로 간략하게 발표 내용을 정리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되기 어려웠던 것 같다”라며 “민주당도 정책적인 합의 사안을 가지고 당내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저희는 회동 직후 1시간 만에 원내지도부와 협의를 마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의 합의 번복에 여권 인사들은 반발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국정이 장난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국정과 민생을 손바닥 뒤집듯 농락하는 야당을 개탄한다”며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해 소비를 활성화시켜 내수를 살리고 중소 자영업자가 기지개를 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