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슬러'', 80년대 대표 ''꽃남''의 눈부신 재기작

강력한 아카데미 남우주연 후보작, 3월 5일 개봉
  • 등록 2009-02-20 오전 11:35:00

    수정 2009-02-20 오전 11:35:00


 
[노컷뉴스 제공] '나인 하프 위크' '엔젤 하트' 이후 긴 동면에 들어갔던 미키 루크가 건재함을 알린 영화다. 제65회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2009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를 비롯해 유수의 영화제를 섭렵한 화제작이다. '워낭소리' '그랜 토리노' 등 극장가에 부는 '감동 드라마' 열풍에 한 축을 차지할 듯 하다.

'씬 시티'를 통해 재기에 성공한 루크는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반추한다. 그는 80년대를 풍미했던 퇴락한 레슬러 랜디 로빈슨으로 분해 외롭고 추운 인생살이에 눈물 흘리는 한 남자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간다. 이 영화가 프로 레슬러들을 소재로 한 스포츠 영화가 아닌, 선 굵은 휴먼 감동 드라마로 자리 잡은 것은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차분하고 드라마틱한 연출력 때문이다.

제작도 겸한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6년 동안 수많은 프로레슬러들을 만나 취재하고 레슬링을 연구했다. 또 그는 화려한 링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터프한 프로레슬러들도 가족을 그리워하는, 잠자리가 고달픈 평범한 인간임을 보여준다. 이어 랜디를 통해 레슬러들이 ‘세상과 소통에 어눌해 오로지 링 위에서만 슬픔과 기쁨을 표현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도 보여준다.

미키 루크를 캐스팅 한 것은 과감한 결정이었다. 루크는 이에 부응해 20여 년간의 배우 경력에 걸맞는 집중력을 발휘한다. 몸만들기와 더불어 레슬러 기술 익히기에 몰입해 부상으로 MRI 촬영을 세 번이나 할 정도였다고 한다.

영화는 관객의 환성 속에 화려한 레슬링 신이 포화같이 펼쳐지는 가운데 매서운 현실을 교차 배열하면서 인생의 적나라함을 보여준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 점퍼의 구멍을 테이프로 가린 랜디는 헤어진 딸과의 관계를 이어가려고 노력하지만 세상살이는 녹녹하지 않다.

랜디는 기력을 잃은 몸에 스테로이드제와 진통제 등으로 버티며, 간신히 작은 링에 서지만 먹고 살기 힘든 나날이 이어진다. 그렇지만 그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미키 루크에 의한, 미키 루크를 위한, 미키 루크의 영화다. ‘늙었지만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외치고 싶은 요즘 중년 남성들이 보면 좋을 영화다. 3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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