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그룹 설비투자 늘었다"

관계사 지분 출자보다 투자 많이 해
토지자산이나 사내유보금 증가에는 못 미쳐
  • 등록 2011-06-28 오전 9:59:14

    수정 2011-06-28 오전 9:59:14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최근 3년동안 15대 그룹의 국내 설비투자가 늘었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전혀 다르게 평가하고 있다.

28일 경제계에 따르면 최근 3년동안 15대 그룹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37.5%, 설비투자에 R&D 투자를 합친 총투자 증가율은 54%로 해당기간 출자총액 증가율(30.8%)을 앞섰다.    하지만 설비투자 증가율은 해당기간 토지자산(115.1%)이나 사내유보금 증가율(76.4%)에는 뒤졌다.

이에 전경련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설비투자액이 증가해 왔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경실련은 자산이 늘어난 데 비해 설비투자는 적게 했다고 비판한다.

15대 기업집단에는 KT(030200), 한진, GS, LG, SK, 두산, 롯데, STX, 현대중공업(009540), 금호아시아나, LS, 현대자동차(005380), 삼성, 한화, 포스코가 포함된다.

◇ 설비투자 증가세..R&D 포함시 더 늘어 15대 그룹의 설비투자는 2007년 40조3000억원에서 2008년 50조8000억원, 2009년 42조1000억원, 2010년 55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3년동안 15조1000억원(37.5%) 늘어난 것이다. 이는 재무재표상 유형자산 순증분(취득액-처분액)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전경련에 따르면 설비투자에 R&D 투자를 합친 15대 그룹 총투자의 최근 3년간 증가율은 54%에 달한다.    전경련 투자조세팀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R&D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전체 투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15대 그룹의 최근 3년간 설비투자액과 출자총액을 비교하면, 해당기간 15대 그룹은 관계사 지분 출자보다 설비투자에 더 신경쓴 것으로 나타난다.

공정위가 발표한 금융·보험사의 출자액을 제외한 비금융계열사 출자총액 추이와 같은 기간 설비투자액의 증감을 비교하면, 출자총액 증가율은 30.8%인 데 반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37.5%에 달하는 것. R&D 투자를 합친 15대 그룹의 총투자 증가율은 54%로, 해당 기간 출자총액 증가율보다 13.2%포인트나 앞서기 때문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해당기간 15개 그룹의 출자총액이 증가한 것은 SK, CJ, 두산 등의 지주회사 전환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형 M&A를 위한 것이었다"면서 "그럼에도 설비투자증가율이 더 큰 것은 대기업들이 매년 사상 최대의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15대 그룹 출자총액 증가율과 설비투자 증가율
                    ◇ 토지자산이나 유보금 증가에는 못미쳐 그러나 같은 기간 15대 재벌의 토지자산이나 사내유보금은 설비투자나 총투자보다 더 많이 늘었다.

해당기간 토지자산은 2007년 38억9000만원에서 2010년 83억7000만원으로 44.8조원(115.1%) 급증했고, 사내유보금 역시 2007년 32.2조원에서 2010년 56.9조원으로 24.7조원(76.4%)나 늘어난 것. 이는 같은기간 설비투자액 증가율(37.5%)이나 총투자 증가율(54%)보다 높다.

경실련은 "각종 재벌 규제완화 정책으로 15대 그룹사의 사내유보금은 급증했지만 설비투자에는 소홀했다"면서 "재벌들은 오히려 토지 같은 부동산 자산을 증가시키는데 주력했다"고 비판했다.

▲ 15대 그룹의 사내유보금·토지자산 증가율과 설비투자 증가율(출처: 경실련)
결국 최근 3년동안 15대 그룹의 설비투자는 출자총액보다 더 많이 늘었지만, 토지자산이나 사내유보금에 비해서는 덜 늘었다는 뜻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 위기때도 투자를 늘리는 등 매번 사상 최대로 투자해 왔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지 않나"라면서 "투자외에도 원자재 구매나 유가증권 구매, 부채상환 등으로 쓰이는 사내유보금 증가를 이유로 투자의 의미를 축소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경실련 조사에서 토지자산이 총자산에 비해 7.5배 늘어 가장 많이 증가한 회사로 꼽힌 KT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5년 이내에 450개 전화국을 50여개로 줄이려 하면서 유휴 부동산이 많이 생기고 있다"며 "별도의 부동산 개발 전문회사를 만든 것도 토지자산이 늘어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실련은 "재벌들은 현금이 넘쳐남에도 설비투자에는 소홀한 채 토지 같은 부동산 자산을 증가시키는데 주력했다"면서 "설비투자를 목적으로 진행된 각종 규제완화가 재벌의 주머니만 불려준 만큼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출총제 재도입과 법인세 감세 중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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