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야 대표의 민망한 '연금개혁' 자화자찬

  • 등록 2015-05-31 오전 11:27:49

    수정 2015-06-01 오전 8:32:55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구조개혁에서 모수개혁으로 논의가 이뤄질 때부터 개혁의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봐야지요. 여야 합의로 국회통과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그나마 의미가 있습니다.”

5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한 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개혁’보다 ‘합의’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온전한 개혁이 아니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물이란 얘기다.

여야 대표들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국회통과 자체에 의미를 두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재정절감 효과를 높이면서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연금개혁을 이뤄냈다”며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여야가 주장하는 ‘사회적 합의와 대타협의 결과’에 선뜻 공감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줄이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높이자는 애초 개혁의 초점은 흐려진 채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번 개정으로 향후 70년간 공무원연금 적자보전액을 333조원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생색을 내고 있다. 하지만 국민 혈세로 여전히 1654조원을 메워야 한다. 당장 올해 세금으로 메우는 연금적자가 2조 9133억원이고 2021년부터는 3조 1530억원, 2023년 4조원, 2025년 6조원으로 늘어난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그대로다. 이번 개정에도 공무원연금 지급액은 30년 가입자 기준 국민연금의 1.7배에 달한다. 오히려 공무원연금의 불리한 점을 국민연금과 맞춘 흔적이 엿보인다. 연금을 받기 위한 보험료 의무납부 기간을 20년에서 10년으로 줄이고, 일상 중에 장애를 입더라도 공무상 장해연금의 절반을 받을 수 있도록 해서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무섭게 청와대는 대통령령 수정권을 갖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 소지를 거론하고 있다. 이번 개혁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며 20대 국회에서 공무원연금법 재개정을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봇물을 이룬다. 여야는 자화자찬을 늘어놓기에 앞서 민심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먼저 곱씹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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