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두산, 신용등급 `A+` 받을만해?

"실적개선 뚜렷" vs "계열위험 여전"
회사채 유통시장 스프레드는 100bp 넘어
  • 등록 2011-05-20 오전 9:57:44

    수정 2011-05-20 오후 1:36:40

마켓in | 이 기사는 05월 20일 09시 27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임명규 기자] 신용평가 3사가 18일 두산(000150)의 신용등급을 동시에 올린 데 대해 시장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여신을 제공한 은행권에서는 두산의 실적개선이 뚜렷해지면서 등급을 올릴만 하다는 반응이지만, 크레딧 시장에서는 두산건설(011160)두산인프라코어(042670) 등 계열사의 재무 위험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적절한 조치라는 의견이 나온다.

신평사들은 두산의 장기 신용등급과 단기 등급을 각각 A+와 A2+로 한 단계씩 올리면서 "두산그룹 지주회사로서의 지위와 영업실적 개선, 안정적인 재무구조, 일부 계열사의 신용위험 완화 추세 등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두산의 지난해 말 기준 EBITDA(현금창출능력)는 1454억원으로 전년 1240억원에 비해 17% 늘었고, 그룹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EBITDA도 5111억원에서 5581억원으로 9% 증가했다. 이들 회사의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16.7%, 21.9%에 불과하다.

은행권에서도 최근 두산그룹의 계열사 지원과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두산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두산의 자체 사업은 물론 자회사의 실적 개선을 높이 평가하고, 지난 달 자체 신용등급을 올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두산의 지주회사 역할 외에도 자체 전자부품 사업 매출이 호조를 보이고, 지난해 7월 합병한 두산모트롤의 실적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향후에도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계열 위험도 상쇄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두산에 대한 내부 신용등급을 이미 올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두산의 전자부문과 모트롤의 영업수익은 각각 7317억원, 2154억원이었다. 영업이익도 868억원, 307억원씩 거뒀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도 "두산중공업과 두산은 견조한 재무상황과 영업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계열 건설회사 때문에 덩달아 도마에 오르는 형편"이라면서 "그러나 유동성 리스크를 우려할 만한 회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크레딧 시장에서는 두산의 실적 개선에도 불구, 계열 위험이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두산중공업의 실적이 나아지긴 했지만 두산인프라코어는 밥캣에 대한 재무부담이 여전하고, 두산건설도 차입금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이 커졌다"며 "계열 위험이나 재무 상황 모두 감안해보면, 신용등급을 올릴 정도까진 아니다"고 했다.

▲ (단위:bp)
신용등급이 올랐는데도 당장 시장의 반응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회사채 스프레드는 100bp를 넘을 정도" 라며 "계열 위험이 부각될수록 스프레드는 그룹 전반에 걸쳐 확대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마켓in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두산 제280-1회 회사채 민평 수익률은 4.59%로 국고채 3년물을 112bp 웃돌았고, 해당 등급에 비해서는 16bp 높았다. 두산중공업 제37회의 경우에는 국고채 대비 118bp, 등급 대비 37bp 높은 수준이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의 3년물 스프레드는 각각 145bp, 264bp였다.

또 그룹 지주회사가 현금흐름의 후순위성 때문에 주력 계열사보다 1노치(notch) 낮은 신용등급을 받는게 일반적인데, 두산을 두산중공업과 같은 A+ 등급에 올려 놓은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신평사가 지주회사와 주력 계열사의 등급을 같게 만들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지난해 11월 등급이 오른 두산중공업은 하반기쯤 다시 등급을 올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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