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1.2조 대출계약서, 현대건설 인수 핵심변수

(상보)유재한 정책공사 사장 국회서 현대건설 매각 상황 보고
채권단, 대출 계약서 제출 요구...현대그룹측은 거부
정치권 "제2의 금호사태 우려..금감원도 감독권 행사해야"
현대그룹 "매각 MOU 즉시 체결돼야" 반발


  • 등록 2010-11-25 오전 9:52:59

    수정 2010-11-25 오후 2:24:30

[이데일리 좌동욱 김국헌 기자] 현대그룹과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이 맺은 1조2000억원의 대출 계약서가 현대건설(000720) 매각 향배를 좌우할 핵심변수로 떠올랐다. 
 
현대그룹 인수금융 실체를 파악하는 채권단의 의지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반면 현대그룹은 대출 계약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어 현대그룹의 승리로 예상됐던 현대건설 매각 향방을 예단하기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은 입찰규정에 따라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MOU)가 즉시 체결돼야 한다며 조속한 매듭을 주장하고 나섰고, 예비협상대상자로 밀려난 현대차그룹은 자체적인 자금 출처조사와 우호적 여론형성 등 물밑 작업에 주력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그룹으로 기울어진 현대건설 인수전이 현대차그룹으로 방향을 틀 지 여부가 판가름 난다는 점에서 채권단의 판단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 유재한 사장 `대출계약서 제출 요구, 현대그룹이 거부`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 현대건설 매각의 향방이 유동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유 사장은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 예치된 현대그룹 대출금 1조2000억원을 증빙할 수 있는 대출 계약서(증빙자료) 제출을 현대그룹에 요구했으나 제출하지 않고 있어 법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 23일 채권단이 현대그룹측에 공식 요구한 나티시스 은행 예금에 대한 자료증빙 문서에 대출 계약서가 포함돼 있다는 의미다. 당시 현대그룹은 나티시아 은행 예금은 대출금으로 현대건설이나 현대그룹 계열사에서 어떠한 형태의 담보를 제공하지 않은 순수한 차입금이라고 소명했었다.
 
이런 상황은 채권단과 현대그룹이 일부 진통은 겪겠지만, 결국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벗어나는 것이다.
 
유 사장은 이날 법무법인 검토를 받은 결과,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자료 증빙(대출계약서 제출) 요청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해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적으로도 이미 현대그룹이 자금 실체를 공개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
 
◇ `1.2조 무슨 자금?..대출계약서는 실체 밝힐 핵심 문서` 
 
금융권 전문가들은 현대그룹과 나티시스 은행간 대출 계약서가 인수자금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핵심 문서라고 판단하고 있다. 통상적인 금융거래에서 현대그룹 계열사가 제3국 은행에서 거액의 자금을 담보없이 대출받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금융 전문가들은 투자은행(IB)인 나티시스 은행이 현대그룹 계열사와 맺은 대출 계약서에 자금 회수를 보장할 수 있는 여러가지 조항을 마련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인사하는 유재한 사장(사진=한대욱 기자)

채권단이 대출금 실체에 대해 품고 있는 의혹의 강도도 금융권과 재계가 그동안 예상했던 것보다 강했다. 
 
유 사장은 `1조2000억 거래가 가능한 거래냐`는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통상적으로 가능한 거래는 아니다"고 답변했다. 또 `현대그룹측 소명을 그대로 믿을 수 있느냐`는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의 추궁에 "심증적으로 (대출금 실체에 대해)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도 말했다.
 
◇ 정치권의 채권단 압박..지위박탈 여부는 불확실
 
현대건설 인수자금의 실체를 확실하게 따져보라는 정치권 요구도 채권단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정무위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승자의 저주` 때문에 제2의 금호아시아나가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금융감독원에도 은행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 자금실체를 정확히 따지라고 요구했다.
 
대부분의 매각사안을 위임받은 주주협의회 운영위 3개 기관 중 외환은행을 제외한 2곳(정책공사·우리은행)이 정부 소유 회사다.
 
다만 현대그룹이 계속해서 자료제출을 거부할 경우,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할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결론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유 사장도 "현대그룹이 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전체회의 직후 "입찰규정에 따라서 양해각서(MOU)가 즉시 체결돼야 한다"면서 "MOU에 근거해 채권단이 요구하는 해명과 서류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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