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의 청정 사도가 살아요, 고산동 황금박쥐 마을(VOD)

  • 등록 2009-05-07 오전 11:55:00

    수정 2009-05-07 오전 11:55:00

[경향닷컴 제공] 세계적 희귀종인 붉은박쥐, 일명 ‘황금박쥐’가 함평군 대동면 고산동 고산봉에 집단 서식한다. 청정 함평의 상징이 된 황금박쥐 마을은 깨끗한 자연만큼이나 넉넉한 인심을 자랑한다.

1960~70년대를 주름잡던 정의의 사도 ’황금박쥐’를 기억하는가. 해골 얼굴에 망토를 휘날리며 악의 세력을 물리치던 황금박쥐 캐릭터는 나이가 들어도 좀처럼 잊히지가 않는다. 그런 황금박쥐가 실제 존재하는 동물이라니, 그것도 전라남도 함평에 서식하고 있단다. 어찌된 일일까. 호기심 레이더가 가동을 시작한다.

함평의 청정 사도 ‘황금박쥐’가 살아요






함평을 찾던 날은 비가 무수히 내렸다. 뽀얀 물안개가 서해안고속도로에 내려앉은 듯 아찔한 날씨였다. 점심이 한참 지난 시각 가까스로 함평에 도착했을 때 서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던 빗줄기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희뿌연 하늘 아래 너른 평지에는 알록달록 꽃잔디가 손님을 반긴다. 함평에 오면 눈을 떠도 감아도 꽃이라더니 과연 그렇다.

▲ 온통 나비와 꽃/ 함평에 가면 눈을 감아도 떠도 온통 꽃과 나비다.

꽃밭 나비의 날갯짓은 함평을 친환경의 고장으로 만들었다. 나비, 애벌레, 풍뎅이 모형이 함평 구석구석을 수놓은 것은 ‘함평나비축제’의 성공 덕분이다. 조선시대 학자 정인지는 함평에 대해 “토지가 넉넉하고 산세가 잇달았고 넓은 들이 뻗어 있다”고 말했다. 전체 면적의 51%가 농토인 함평은 이름처럼 충만하고 화평한 땅이다. 나비축제로 이름을 알렸지만 처음부터 나비가 많았던 것은 아니다. 깨끗하고 비옥한 함평을 알리고자 ‘나비’를 모티브로 삼았던 것. 최근 함평에는 나비를 키우는 마을이 따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함평의 친환경 이미지가 인위적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세계적 희귀종인 붉은박쥐, 일명 ‘황금박쥐’가 집단 서식하는 청정지역이 바로 함평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만화영화에서 보던 정의의 사도 황금박쥐는 이제 함평의 청정 사도로 군림하고 있다.

구경하지 마세요, 자연에 양보하세요.

난생 처음 동굴에서 박쥐를 촬영한다는 생각에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함평향교에서 면사무소를 지나 대동면 소재지를 빠져나오자 황금박쥐탑이 먼저 카메라에 잡혔다. 청동과 황동으로 제작된 약 10m 높이의 황금박쥐탑은 대동면 주민의 성금으로 제작한 것이다. 황금박쥐 탑 샛길로 들어서면 황금박쥐가 서식하고 있는 고산봉으로 길이 나 있다.

황금박쥐 마을로 알려진 곳은 함평군 대동면 고산마을이다. 마을 뒤로 솟아 있는 높이 359m의 고산봉은 예부터 숲이 울창하고 산세가 험했다. 외지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마을 뒷산에 광산이 들어선 것은 일제 말엽이다. 마을 주민 이돈선(77) 할아버지는 “일본이 금을 캐기 위해 고산봉에 금광을 만들고 금방앗간까지 세웠다”며 “산세가 험하다 보니 금을 나르기 위해 공중철을 설치하기도 했었다”고 마을 옛 모습을 회상했다.

▲ 황금박쥐 생태 보존 지역/황금박쥐는 아프가니스탄, 중국, 인도, 일본 및 국내에서 소수만 발견된 희귀종이다. 고산봉 동굴은 출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함평군청 제공)
폐광에서 황금박쥐가 처음 목격된 것은 1998년 무렵. 대동면 주민 최수산씨(48)가 죽은 고목에 붙어 있는 황금박쥐를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박쥐가 동굴에서 서식하는 것을 알고 고산봉 폐광을 찾아다녔어요. 아니나 다를까. 70여 마리의 박쥐가 폐광에서 동면을 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환경청 환경감시원으로 활동하는 최씨에게 박쥐 촬영 안내를 부탁하자 절대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프가니스탄, 중국, 인도, 일본 및 국내에서 소수만 발견된 희귀종이다 보니 동굴 출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신 발굴 당시의 사진과 영상을 건네 온다. 황금박쥐 촬영에 들떠 조명과 랜턴을 찾으며 수선을 피웠던 것이 무색했지만 황금박쥐 보존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

영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는 황금박쥐의 모습은 생각보다 작고 귀엽다. 흔히 박쥐를 쥐와 유사하다고 여기기 쉽지만 사실은 두더지에 가깝다. 몸길이 4.3~5.7cm의 작은 몸에 진한 오렌지색을 띄고 있어 조명을 비추자 황금색으로 빛을 발한다. 주로 고목이나 산림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10월 초순부터 이듬해 6월 중순까지 무려 8개월 정도를 동면한다. 1년에 1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10월에 교미하여 이듬해 6월 하순부터 7월 상순 사이에 출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산동 자연 친화 마을 돌담길을 걸으세요

황금박쥐 동굴 촬영을 포기한 채 다시 마을로 들어섰다. 푸릇푸릇 마늘밭이 마을 앞을 흐르고 멋스러운 돌담이 길을 냈다. 마을 실개천에서는 빨래를, 논두렁에서는 모내기 준비가 한창이다. 마을에는 37가구 64명이 산다. 흙과 돌이 좋아 예부터 황토집, 돌담을 짓고 살았다.

▲ 빨래하는 아낙/ 고산동에 오면 시간이 멈춘 듯하다. 마을 앞 실개천에서는 주민이 빨래를 하고 있다.
김영관(71) 할아버지는 “우리 고산동에서는 농약을 치지 않는 친환경 농사를 지어요. 마을 막내가 65세라 농사지을 사람이 줄어들어 걱정이지~”라며 마을 소개를 한다. 전경근(75) 할머니는 “우리 마을이야 내가 좋다 하면 안 되고, 와본 사람이 좋다 해야지. 여까지 왔으니 저 위 황금박쥐 찜질방에 가 봐요. 여긴 황토 흙이 유명하거드잉~”하며 손을 이끈다. 이돈문(72) 할아버지는 “친환경 마을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마을입니다.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주민이 모두 힘을 합치지요. 고산동 마을에 자주 찾아오세요~”라며 먼저 인터뷰에 응한다.

어르신들의 응원(?)을 받으며 돌담길을 따라 걸으니 마을 곳곳이 꽃밭이다. 배꽃이 흐드러진 배밭 위에서 봄볕을 쬐던 꿩 한 쌍은 인기척이 느껴지자 푸드덕 날아오른다. 노란 나비, 하얀 나비가 엉켜 나니 꽃과 나비를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 따사로운 봄 햇살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마을 위쪽에 자리한 황금박쥐 찜질방에 들어서자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유혹한다. 섭씨 45도의 뜨끈한 아랫목 찜질방은 친환경 소재와 고산동 황토를 사용해 1년 365일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박영숙 사장은 “토종닭이 우리 집 별미인데 식사 전이면 먹고 가요~”라며 인심 좋게 웃는다.

벚꽃으로 발그레한 산, 소담하게 흐르는 실개천, 흙과 돌이 전부인 집과 길. 고산동은 조용하고 한산해도 눈에 어스러지는 풍경이 없다. 두 눈으로 직접 황금박쥐는 볼 수 없지만 고산동 마을의 인심만큼은 온 몸으로 가득 느낄 수 있다.



맛집/
황금박쥐 황토방/ 찜질방과 민박, 식당을 함께 운영한다. 토종닭 요리가 전문이다. 찜질방 이용은 1인당 6000원. 061-324-9005,6
대흥식당 / 함평읍에 위치해 있다. 당일 아침에 잡은 소고기 육회비빔밥을 내온다. 신선하고 정갈한 맛이 일품이다. 061-322-3953

숙박/
호텔샹젤리제/ 함평군 함평읍 기각리에 있다. 숙박비는 3만5000원~6만 원 선이다. 061-324-3702
모아모텔/ 함평군 함평읍 기각리에 있다. 숙박비는 3만~4만 원 선이다. 061-322-2978

가는길/
함평나비축제 기간 동안에는 함평역까지 KTX를 따로 운행한다. 함평공영터미널에서 군민버스 100번을 타면 고산동에 갈 수 있다. 첫차는 오전 6시 25분, 막차는 오후 7시 30분이며 하루 8번 운행된다. 자가용으로 갈 경우, 함평 IC나 동함평 IC에서 나와 함평향교 방면으로 향한다. 황금박쥐 조형물을 지나 길을 따라 올라가면 고산동 황금박쥐 마을 팻말이 보인다.

▶ 관련기사 ◀
☞봄날의 조개
☞"과장님, 조개구이 먹으러 지하철 타고 섬에 가요"
☞소설책 위를 걷는다 이야기가 길이 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도망가소
  • 워터밤 여신
  • 폭우 피해 속출
  • 생각에 잠긴 손웅정 감독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