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4언절구]감독의 고독한 삶에 대하여

  • 등록 2007-06-04 오전 10:32:12

    수정 2007-06-04 오전 10:32:12

[이데일리 정철우기자] 선동렬 삼성 감독은 지난 1일 대전 한화전서 6회까지 77개의 공만으로 노히트 노런을 이어오던 안지만을 내리고 7회부터 권혁을 투입했다.

당시 삼성은 1-0의 근소한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5-0으로 이겼다. 그러나 팀 승리를 위해 선수의 기록 도전 기회를 박탈한 것은 심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 중 김인식 한화 감독의 해석은 여러 관점에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듯 했다.

김 감독은 "만약 선 감독이 선수였다면,아니 같은 팀 코치만 됐어도 그런 결정을 비난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다르다. 감독이었기에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코치때)엔 김성근 감독이 밤새 오더 짠다는 소릴 듣고 안 믿었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나와는 스타일이 다르지만 김 감독이 어떤 마음에서 그러는지는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옳고 그르고의 문제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다. 선 감독의 당시 결정에 동의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왜 그랬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는 분명히 밝혔다. 감독의 외로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은 전체 선수단을 이끌어야 하는 수장이다. 한사람 한사람 보듬으며 가야 하는 자리다. 그러나 개인과 전체의 이해가 충돌했을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느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일까.'

인생에서 '선택'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하다못해 아침에 일어나 무슨 옷을 입어야 하는지 결정하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 이후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결정에 대한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다.

감독은 그같은 선택의 '책임 꼭지점'에 서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올땐 최고의 찬사를 받지만 대부분의 경우 비난의 초점이 된다. 감독의 능력 여부와는 별 상관이 없다. 세상의 그 어떤 감독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야구는 매일같이 경기가 반복되기에 그 부담은 더욱 크다. 이기고도 욕 먹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야구 감독이다.

선 감독은 "권혁을 올렸는데 첫 타자 크루즈에게 2루타를 맞아 버렸다. (진)갑용이가 공까지 빠트려 1사1,3루가 되는데 정말 괴롭더라. 노히트 투수를 뺐는데... 그래도 빨리 마음을 돌려먹고 혁이에게 동점은 준다고 생각하고 가자고 다독였다. 결과적으로 잘 풀려 다행"이라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천보성 전 LG 감독(현 한양대 감독)은 지난 1999년 시즌 후 성적 부진으로 유니폼을 벗은 뒤 사석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팀이 5위가 되자 기다렸다는 듯 후임 감독에 대한 설 등 이런 저런 말들이 나왔다. 이후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치들과도 멀어지는 것 같았고... 정말 외로운 시간들이었다. 감독은 어디에 쉽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는 직업이다."


                                            감독과 고독 

                                     야구장에          밤이드니
                                     그바람이          차노매라 
                                     홀로앉은          감독실엔
                                     정적만이          흐르매라

                                     저무심한          달빛지고
                                     돌아가는          차속에는 
                                     비난안고          가야하는
                                     외로움만          남노매라 

                                     쓰린마음          둘데없어
                                     소줏잔을          기울이며 
                                     팀원모두          함께웃는
                                     그날만을          그리매라

.
주(註) : 월산대군의 <추강에 밤이드니>를 '감히' 차용해 구성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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