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레이팅이란 인터넷 이용자가 특정 콘텐츠를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 할 때 유발되는 데이터 이용의 대가를 부과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선 KT와 카카오(035720)가 출시한 ‘다음카카오팩’, SK텔레콤의 ‘옥수수 SK텔레콤 전용관’, ‘band 플레이팩’ 등이 대표적이다. 통신사의 데이터 통화료 상품과 특정 콘텐츠를 묶어 무료나 저렴하게 제공하는 컨셉이다.
소비자로선 데이터 통화료가 줄어드는 이점이 있지만, 콘텐츠 선택권을 데이터에 가둔다는 비판도 있다.
그래서 미국은 수년째 논쟁 중이고 유럽은 허용하고 있는 등 각국 별로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공정경쟁과 이용자 이익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미래창조과학부는 경쟁제한성이 심하다고 확인되지 않은 만큼 일단 허용키로 했다.
대신 통신사 ‘데이터+콘텐츠’ 상품에 들어가지 못하는 중소 CP를 위해 데이터 알뜰폰(MVNO) 정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재유 2차관 주재로 지난 15일 오후 5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강남구 삼성동)에서 ‘인터넷 생태계 변화에 따른 합리적인 통신망 관리·이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한「제11차 ICT 정책 해우소」를 개최하고, 제로-레이팅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통신4사와 콘텐츠 기업들은 네이버(035420)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로-레이팅이 콘텐츠 시장의 경쟁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토론회는 통신사와 대형 CP들만 참석한 만큼 제로-레이팅에 대한 경쟁제한성의 유무를 따지기는 어렵다는 평가지만, 중장기 통신정책 변화에는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줬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것이 제4이동통신 좌절이후 데이터 알뜰폰(MVNO) 활성화에 대한 것이다.
데이터 알뜰폰은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일본에서 NTT도코모 망을 빌려 알뜰폰(MVNO) 시장에 진출하기로 하면서 라인,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대한 데이터 통화료는 무료로 제공하기로 해 더 관심이다. 우리나라의 알뜰폰은 현재 저렴한 음성전화 요금이 중심이나, 듣는 전화에서 보는 전화로 바뀌면서 데이터 알뜰폰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제안한 LTE 데이터 선구매 제도조차 안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데이터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지 관심이다.
양환정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중소 CP들은 제로-레이팅 확산이 경쟁제한이 될 수 있지만, 현재 서비스되는 상품들은 부가서비스로 경쟁제한성이 크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일단 제로-레이팅을 허용하되 대신 데이터 알뜰폰을 추진해서 데이터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 이희정 교수는 “망과 플랫폼 양자에 대한 규제는 다른 방식으로 고민되어야 할 것이며, 정부 규제는 필요한 수준의 상한을 유동적으로 정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과 백준봉 KT경제경영연구소 상무, 강학주 LG유플러스 사업협력담당 상무는 조심스런 입장을 밝히면서, 사업자간 제휴가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에 대한 고민과 플랫폼·콘텐츠 사업자 간 상생의 논의, 시장원리의 작동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로-레이팅에 대해 허용할까, 금지할 까의 이분법보다는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를 통한 투명성 확보와 허용의 정도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류민호 네이버 인터넷산업연구실 실장은 제로-레이팅도 일종의 플랫폼화해서 모든 CP에 오픈되는 방식이 출현하고 있다며 투명성 확보를 요구했고, 김성진 SK브로드밴드 CR전략실장은 커머스 등의 분야에선 제로-레이팅이 콘텐츠 시장 경쟁에서 큰 의미가 없는 등 본질적인 부분은 아니며 흑백논리보다는 중소 CP를 고려하는 정도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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