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작 이 패션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냥 편해서"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떤 저널리스트는 "제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본인은 튀지 않는 옷을 입는 고도의 전략"이란 분석을 내놨고, 또 어떤 패션전문가는 "아이폰은 계속 업그레이드되는데 패션은 왜 늘 똑같은가”라는 혹평을 가하기도 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옷차림의 파워`라는 기사를 통해 "스티브 잡스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평범한 옷을 입음으로써 사람들이 자신이 아닌 애플 제품에 더더욱 관심을 두도록 하는 데 주목한다"고 썼다.
이유가 어찌됐든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일관성 있는 그의 패션은 애플 제품의 혁신성을 오히려 더 도드라지게 했다는 데에 이견이 없게 만든다.
그의 스타일을 따라하는 패션이 유행했을 정도다. 잡스가 신은 스포츠 슈즈 '뉴발란스'는 전세계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인기가 시들어질 때 즈음 신제품 설명회에서 잡스가 이 슈즈를 신고 나타나면 다시 매출이 수직 상승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평소 `위대한 제품은 취향(taste)이 일궈낸 성취`라고 강조해온 잡스는 "당신도 최고의 물건을 써보고 그걸 삶과 일에 반영하라"고 조언하곤 했다.
소비자들은 아이폰과 잡스도 함께 구매했다. 역사를 움직인 영웅에서 현실을 바꿀 새로운 문화를 제시하던 잡스. 등장 만으로도 흥분됐던 CEO 잡스는 그 자체가 패션이자 브랜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