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파상공세 맞선 현대·기아차 프리미엄 전략 '고전'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 프라다·K9' 판매 기대 못미쳐
수입차, 소형차 시장도 넘봐.. 국산차 고객유치 자신
  • 등록 2012-09-26 오전 10:41:21

    수정 2012-09-26 오전 10:54:35

[이데일리 이진철 김형욱 기자] 현대·기아자동차의 대형 프리미엄 모델들이 수입차의 파상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수입차 브랜드들은 다운사우징 신차를 잇따라 선보이며 프리미엄 소형차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수입차와 경쟁하겠다며 내놓은 프리미엄 모델들이 최근 판매부진에 빠지면서 가격을 낮추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5월 출시한 현대차(005380)의 제네시스 프라다는 7900만원이란 높은 가격에 걸맞는 옵션과 명품 패션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통한 럭셔리 이미지를 내세웠으나, 실제 판매실적을 보면 한정 모델이란 말이 무색하다. 제네시스 프라다는 당초 2년간 1200대만 생산하는 한정 모델을 계획했지만 이달까지 1년4개월여 동안 310대 판매에 그쳤다.

경쟁모델로 꼽히는 비슷한 가격대의 벤츠 E300와 BMW 528은 올들어 8월까지 각각 3528대, 2588대가 팔리며 수입차 베스트셀링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판매부진 대책으로 엔진 배기량을 기존 5.0리터 모델에서 추가해 3.8리터로 낮아진 ‘2013년형 제네시스 프라다’를 출시했다. 가격도 6975만원으로 기존 모델에 비해 1000만원 가까이 낮췄다.

수입차와 경쟁하겠다며 올 5월 출시한 기아차(000270)의 K9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월 2000대를 목표로 내걸었으나 6월부터 8월까지 1500대 전후로 줄더니 9월 들어선 24일까지 400대 판매에도 못 미치고 있다.

기아차는 판매 활성화 대책으로 딜러들에게 대당 100만원의 특별 인센티브를 내걸고, 전시·시승차량을 최대 800만원까지 할인해주기로 했으나 판매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왼쪽부터 기아차 K9, 헌대차 제네시스 프라다.
현대·기아차가 대형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사이 수입차 브랜드들은 경쟁력 있는 가격대의 다양한 신차모델을 내세워 프리미엄 소형차로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내달 3000만원대 중후반 가격대의 비틀의 3세대 신모델을 출시하고, 프리미엄 소형차 시장공략에 나선다.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이는 골프 7세대 신모델도 내년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수입차업계 선두인 BMW코리아는 연내 1시리즈 신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4000만원 초반이던 가격도 주력 모델의 경우 3000만원대 중후반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를 제외한 BMW 모델이 3000만원대로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소형차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수입차 브랜드들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올해 시트로엥이 DS3, DS4 등을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내년에는 이탈리아 브랜드 피아트가 500 등의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국산차를 타는 사람들을 새로운 수입차 고객으로 유치하는 것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지난 8월 신형 파사트를 출시하면서 “국산차와의 경쟁을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티아스 라즈닉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세일즈&마케팅 부사장은 “한국은 이제 국산차를 살 수 있는 사람이 수입차도 살 수 있는 시장이 됐다”고 밝혔다.

수입차는 내수시장 침체 속에서도 올들어 8월까지 전년동기대비 20% 늘어난 8만3583대를 판매했다. 특히 8월 수입차의 판매점유율 사상 최고인 11.3%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시장에서 수입차는 중대형 프리미엄차에 이어 소형차 시장까지 넘보는 반면 현대·기아차의 프리미엄 시장 진입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폭스바겐 신형 골프, BMW 1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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