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주요 병원 전공의들의 파업이 계속되면서 주말 사이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전국 의사들의 회의가 예고된 25일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가 부족해 환자들이 진료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특히 응급실 앞에는 박스를 깔고 수액을 맞는 이들까지 나오는 등 의료계 파업 부담이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 구급차가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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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전공의 파업이 엿새째 진행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에는 주말 사이 아픈 환자와 보호자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전날 저녁 아픈 형과 응급실에 왔다는 김명수(51)씨는 이날 아침 병원으로부터 전원 요청을 받았다. 김씨는 “형이 췌장암 말기라 많이 아픈데 (병원에서) 의사가 없으니까 신일병원으로 옮기라고 한다”며 “항암제를 맞고 나서 계속 설사하는데 못 간다고 해도 계속 가라고 한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김씨는 “지금 응급실이 절반 정도 차 있는데 의사선생님이 환자를 계속 상담하고 있어서 다른 의사를 만나보려고 한다”며 병원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김씨와 같은 날 오후 12시 30분쯤 응급실에 온 김모(65)씨도 입원 수속을 밟지 못해 가슴을 졸였다. 김씨는 “딸이 수술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머리가 아파서 재활병원에 갔다가 여기로 왔다”며 “검사를 하나 할 때마다 2시간씩 기다리니까 밤 10시 이후가 돼서야 병실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오후 7시 10분에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응급실에 환자가 많은데 침대는 없으니까 어떤 분은 바닥에 종이상자를 깔고 누워 있었다”며 “의사도 고생하고 있지만 이 모습을 보니 참 답답했다”고 했다.
사정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환자들은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서대문구에 사는 백석현(22)씨는 오전 9시부터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백씨는 “어제 축구를 하다가 공에 배를 세게 맞았는데 밤부터 복통이 심해졌다”며 “동네 병원은 일요일이라 문을 연 곳이 없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에 사는 이모(43)씨도 “오늘 아침 아버지가 어지럽다고 해서 근처 종합병원에 갔는데 뇌 신경 쪽을 봐줄 수 없다고 해서 왔다”며 “저희는 중증으로 분류되지 않아서 응급실에 못 들어갔지만 뇌졸중 위험이 있어서 일단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한편, 16개 시·도의사회 소속 의사 300여명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에 의대 증원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은 오후 2시에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 회의’를 진행한 뒤 대통령실로 행진해 집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비대위원장으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14만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 보호자 한명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방문했다.(사진=이영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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