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톺아보기]삼성생명, 카드 지분 인수의 숨은 의미

  • 등록 2016-01-30 오전 11:26:03

    수정 2016-01-30 오전 11:26:03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요즘 삼성이 상당히 지분을 팔고 사며 굉장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재작년에 삼성테크윈을 한화에 팔았고 작년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쳤고 삼성정밀화학을 롯데에 매각했습니다. 엊그제도 떠들썩했는데, 삼성생명이 1조5000억원어치의 삼성카드 지분을 삼성전자로부터 사들인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그동안 사실 삼성카드 지분 매각설은 조심스레 계속 제기된 사안인데요, 중국의 안방보험이 인수한다는 시장의 루머가 돌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삼성생명이 계열사 지분을 거둬들인 겁니다.

Q:삼성은 왜 금융지주를 말하지 않나

이번 지분거래를 두고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급물살까지는 아니고 먼 미래를 위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는 정도로 해석하는게 현재로선 ‘과잉해석’을 피하는 길인 듯 합니다. 삼성은 지금껏 금융지주회사 하겠다는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선 법이 하나 만들어져야 합니다. 김경란 아나운서의 남편이기도 한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인데요. 19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통과되지 않은 법안은 연장되는게 아니라 자동폐기됩니다. 해당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된 적도 없으니 휴지통으로 들어가는 건 100%입니다. 그럼 다음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새로 뽑고 또 법안 발의하고 논의할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렇다고 20대 국회에서는 통과가 확실하다는 장담도 어렵습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사항이기도 한데 야당은 찬성하지 않습니다.

국회 논의가 더 필요한데 삼성이 먼저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자칫 국회를 압박하는 것으로 오해살 수도 있을 겁니다. 조심스러울 수 있는 상황입니다.



Q: 삼성, 금융지주사법보다 더 신경쓰이는 것은

삼성은 과연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인가. 물론 삼성의 공식입장이 나오면 명확해 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신호탄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12%)이나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19.34%)과 같은 금융·비금융사의 지분 처리 움직임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먼저 보험업법이란 법률을 살펴봐야 하는데요. 야당에서는 현재 보험업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사실 이 법안이 삼성 입장에서 더 민감합니다. 현재 보험을 제외한 은행·증권사는 총자산 3% 이내에서 계열사 지분을 ‘공정가’ 기준으로 취득해야 하는데 유독 보험사만 ‘취득가’ 기준입니다. 삼성전자의 공정가(시가)는 비싸고, 취득가(옛날가격)는 매우 싼 편입니다. 삼성생명 운영자산이 약 220조원 정도 되는데 생명이 보유한 전자 지분 7.2%는 취득가는 5700억원. 그런데 공정가로 바꾸면 15조원입니다. 단번에 3%를 넘어버리죠.

대기업집단 가운데 보험사가 그룹 핵심회사를 지배하는 곳은 삼성뿐이고, 결국 이 법이 겨냥하는 지점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연결하는 지분고리입니다. 한마디로 생명이 보유한 전자 지분을 취득가격 대신 공정가로 계산해서 정리하라는 것입니다. 삼성으로선 가장 신경 쓰이는 법 중 하나이죠.

다가오는 총선이 끝나면 정치권은 곧장 대통령선거 모드로 돌입합니다. 경제민주화 화두는 어떤 형태로든 또다시 나올 것입니다. 이 법은 중간금융지주사법과 반대로 여당이 적극적이지 않아서 당장 통과는 어렵겠지만 삼성으로선 잠재적 부담이 될 것입니다.

Q: 삼성은 15조원어치 주식을 어떻게 하나

이러한 정치권 이슈를 놔두고라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이 지금의 지배구조를 계속 유지하지 않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기에 삼성이 지난 몇 년간 부지런하게 움직여온 것이겠죠.

삼성생명은 이번에 카드지분을 인수하기 전에도 꾸준히 그룹내 흩어져 있던 금융계열사 지분을 거둬들였습니다. 2013년에 삼성전기·물산·중공업으로부터 삼성카드 지분 6.29%를 매입한 것처럼 말입니다. 삼성그룹은 앞으로도 금융계열사와 제조업계열사, 즉 금산분리와 맞지 않는 지분을 순차적으로 정리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최대 관건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15조원 어치의 삼성전자 지분인데, 금융지주회사는 제조업체 지분을 가지면 안되기에 이 지분을 팔아야합니다. 워낙 덩치가 커서 누구한테 팔꺼냐 문제가 생기죠.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매입할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길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래서 금융감독원에 유권해석을 문의했더니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합니다. 공개매수 형태로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하고 삼성생명이 거기에 응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격산정부터 몇 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생명이 가진 전자 지분을 끊어내긴 해야 하는데 단번에 풀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유진투자증권의 김준섭 애널리스트가 이런 분석을 내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관심을 가지는 분석입니다.

자료: 유진투자증권 김준섭 애널리스트


이 방안은 중간지주회사법의 국회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현 구도에서 생명이 가진 전자 지분을 총수일가 등이 보유하게 하면서 금산 분리를 끊어내는 방안 중 하나입니다. 물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4조5000억원 어치에 대한 세금 납부가 뒤따릅니다. 삼성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Q: 삼성생명은 왜 카드지분 통째로 샀나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지분을 삼성전자로부터 매입했지만 1~2%도 아니고 통째로 다 샀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30%만 가지고 있어도 되는데 말이죠. 그래서 일각에선 삼성카드를 쪼개서 다시 팔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옵니다. ‘원샷법’이라 불리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 시행되면, 주주총회없이 간이(분할)합병을 할 수 있는 자회사 지분율이 90%에서 3분의2로 완화됩니다. 삼성생명이 카드 지분을 71% 가지게 되니까 3분의2가 넘기 때문에 요건이 충족되긴 합니다. 다만 실제 이렇게 할지 아직은 알 수는 없고, 일단 대다수 금융지주회사를 보면 지분율 30%란 말 그대로 ‘최저한도’일 뿐 대부분은 그 이상의 지분은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큰 의미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금융지주회사 같은 복잡하고 예측 어려운 문제는 놔두고 한 가지 그나마 분명해 보이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삼성생명을 둘러싸고 주가가 많이 오르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삼성생명 주가가 너무 오르면 나중에 증여나 상속할 때 세금부담이 너무 크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추측, 말 그대로 ‘썰’인데요.

이런 우려는 이번 일로 인해 다시한번 불식된 것이라는는 생각이 듭니다. 삼성생명이 최근 자사주를 연거푸 매입 했는데 규모도 꽤 큽니다. 지난해는 7000억원 어치, 그저께도 다시 3000억원 어치 매입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든,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든, 삼성생명의 기업(주식)가치 측면에서 적어도 마이너스 요소는 아닐 겁니다. 이 얘기는 삼성그룹이 삼성생명 지분 증여·상속 세금에 대한 고민보다는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승계, 주주들의 지지에 더 비중을 두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 기사는 매주 금요일 방영되는 이데일리TV 마켓플러스-주식 톺아보기 프로그램의 내용을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 관련기사 ◀
☞ 삼성생명, 삼성전자 보유 삼성카드 지분 전량 매입(종합)
☞ [원샷법]①삼성그룹, 전자·SDS 합병보단 新사업 재편 `속도`
☞ 이재용 부회장, 삼성엔지니어링 구하기 ‘SDS 팔아 실탄확보’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있지, 가을이야
  • 쯔위, 잘룩 허리
  • 오늘도 완벽‘샷’
  • 누가 왕인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