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남 일 아니다..신용등급 A도 안심 못해"

건설업계 "경기 최악..작년 이어 연쇄부도 우려"
정부가 '업체-채권단-주주'간 이해 적극 조정해야
  • 등록 2013-02-24 오후 2:29:03

    수정 2013-02-24 오후 5:45:32

[이데일리 양희동 김동욱 박종오 기자]시공능력평가 13위로 비(非)재벌 건설사 중 가장 규모가 큰 쌍용건설(012650)이 채권단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키로 결정하면서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쌍용건설은 현재 19조원 규모의 해외 공사 입찰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외 현장만 130여 곳이 넘는다. 또 협력업체도 1400여개에 달해 부도에 직면할 경우 연쇄 도산과 대규모 실직사태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쌍용건설은 위크아웃을 통해 현재의 유동성 부족과 증시 퇴출 등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음달 말 주총까지 잠식 상태를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전 최대주주인 캠코(자산관리공사)가 추가 자금 지원에 난색을 표하며 부실경영 책임을 물어 김석준(60) 회장 해임 건의를 추진하고 있지만 대표이사 사임안은 주총에서 결정될 사안인만큼 기업 회생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현재로선 활로를 해외에서 찾을수 밖에 없다”며 “ 해외 수주에 영향이 없도록 해 회사를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보는 건설업계도 위기의식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용등급 A-에서 BBB 사이의 우량 건설사들도 회사채 절반 이상의 만기가 도래해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어 지난해에 이은 연쇄 부도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재무 구조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10여개 건설사를 제외하면 누구도 안심할 수 없을 정도로 업계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견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우리도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쌍용건설 사태를 단순히 남의 얘기로 치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건설경기가 좋지 않다”며 “매출에서 국내 주택시장 비중이 높은 중견 건설사 대부분은 자칫하면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의 최대주주였던 캠코가 이 회사의 경영 부실을 방치했다는 비난도 나온다. 안중언 건설기업노련 실장은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은 증자 등을 통해 위기를 피할 수 있었지만 쌍용건설은 캠코가 관리하는 8년 동안 이런 기회를 단 한번도 잡지 못했다”며 “정부가 먼저 지원해 기업을 살린 뒤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는 식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했다.

건설산업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연쇄 부실화를 막기 위해선 정부가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호연 ESOP 컨설팅 이사는 “쌍용건설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국가 자산이라는 관점에서 정부가 금융기관과 채권단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두성규 건설산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의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작정 정부가 부실기업들에 대해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서 “대마불사(大馬不死) 논리로 접근하기보다는 부실책임을 명확히 한 뒤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지원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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