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의 송강호, “국민배우?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면 떨린다”

 
[경향닷컴 제공] 청년의 혈기가 여전히 느껴졌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로 올봄 찾아온 송강호는 이제 막 데뷔한 신인 못지않게 열정이 넘쳐흘렀다. 이제 영화계에서 ‘국민배우’로 불릴 만큼 안정된 위치에 올라섰지만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송강호는 ‘박쥐’에서 친구의 아내와 사랑에 빠진 뱀파이어가 된 사제라는 독특한 역을 맡아 관객들을 또다시 매혹시킬 태세다. 시험을 보고 성적표를 기다리는 심정이라는 송강호의 속내를 들어보았다.

◆ 끝없는 도전은 나의 숙명

그는 ‘박쥐’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송강호가 ‘박쥐’에서 연기한 사제 상현은 친구의 아내 태주(김옥빈)와 사랑에 빠진 후 파멸의 늪으로 한걸음 한걸음 들어간다. 한국영화에서는 드문 뱀파이어 역에 도전했고 처음으로 정통 멜로 연기를 선보인다. 진한 베드신도 처음 촬영했다. 와이어 액션 연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에 대한 강렬한 믿음이 이런 도전들을 이끌었다.

“이제까지 한국 영화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영화라는 게 마음을 이끌었어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이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갈 거예요. 쉽지는 않았지만 정말 값지고 뿌듯한 경험이었어요.”

‘박쥐’에서 베드신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상황을 표현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장면이다. 이미 연기에 관해서는 경지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는 송강호지만 너무나도 어려운 촬영이었다.

“힘든 작업이었죠. 하하하. 물리적으로 옷을 벗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다는 건 경력에 상관없이 부끄럽게 느껴져요. 완전한 자연인으로 카메라 앞에 서야 하기에 굉장한 집중력과 정신력이 필요한 연기죠. 남자배우보다 여배우에게 더 힘든 작업이에요. 많이 걱정했는데 옥빈이는 힘든 내색 안하고 너무 잘해냈어요. 정말 크게 될 배우예요.”

박찬욱 감독은 ‘박쥐’ 제작 전 몇몇 인터뷰에서 “송강호가 얼마나 섹시한 남자인지 보여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처음에는 모두 너스레로 치부했지만 최근 예고편이 공개된 후 이 발언에 신빙성이 더해지고 있다.

“살뺐다고 외모가 섹시하다는 이야기가 아니겠죠. 영화 속으로 흐르는 정서가 섹시한거겠죠. 하하하.”

◆ 난 아직도 카메라가 무섭다

송강호는 배역을 자신의 아우라 속으로 끌고 들어와 형상화하곤 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송강호의 연기를 두고 ‘연기를 안하는 것 같은 연기’라는 찬사를 던진다. ‘박쥐’에서 상현 역은 이제까지 해온 역할과는 매우 다르다. 그러나 그의 향취가 어쩔 수 없이 묻어나와 멜로 연기에서 왠지 웃음이 나올까봐 걱정됐다.

“굉장히 심각한 영화로만 알려졌는데 웃기는 장면도 많아요. 박찬욱 감독의 특유의 유머가 깔려 있어요. 사실 관객들이 제가 연기하면 왠지 즐겁고 웃길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다는 건 알아요. ‘박쥐’에서 상현은 완전히 새로운 옷이에요. 그러나 처음에는 제 모습이 어쩔 수 없이 나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거예요.”

송강호는 모든 후배들이 존경하는 선배. ‘후배들에게 연기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는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면 떨린다”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아무리 많은 작품을 하고 10년 넘게 연기를 한다고 해도 카메라 앞에서 긴장감은 없어지지 않아요. 신인 때나 지금이나 늘 똑같은 심정이에요. 편안해진다는 건 거짓말인 거 같아요. 연기는 창조 작업이에요. 그런데 긴장감이 없다는 건 난센스겠죠. 이런 긴장감이 창조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박쥐’는 빙하기에 접하든 충무로를 구원해줄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송강호는 힘든 한국영화 상황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거품을 제거하는 단계라고 봐요. 현재는 위축된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시기예요. 이 시기가 걷히면 더욱 단단해지고 강해질 거로 믿어요. 올 봄 ‘박쥐’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영화가 잘돼 한국영화가 처한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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