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에 투자시계 제로` 이커머스 업계, M&A·IPO '빨간불'

투자 시장 얼어붙자 이커머스 업계 '초긴장'
상장 레이스 벌이던 이커머스 '악재에 악재'
"내실 집중하며 숨 고르기…기업가치 강화"
"내년 더 혹독할 것…시장 위축 가능성 커"
  • 등록 2024-12-13 오전 7:01:33

    수정 2024-12-13 오전 7:01:33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12·3 계엄 사태 후폭풍에 이커머스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기업공개(IPO)나 매각 계획에 빨간 불이 켜졌다. 탄핵 정국까지 이어지며 높아진 정치적 불확실성에 금융투자 시장도 얼어붙으면서다. 업계는 적절한 시기를 기다린다는 입장이지만 대내외적 여건이 여의치 않아 미래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켓컬리 물류센터 앞 차량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12일 업계에 따르면 증시 폭락·환율 급등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대폭 높아졌다. 지난 9일 코스피 지수는 2360선으로 밀려나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고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에서 거래되며 고환율이 고착화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통상 투자업계는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 현금 비중을 늘린다는 점에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내부적으로 기업공개를 추진 중이던 업체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공개에 나서도 제대로 된 몸값을 인정받기가 사실상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서 기업공개를 목표로 삼고 있는 기업은 컬리, 쓱닷컴, 오아시스마켓 등이 꼽힌다. 이미 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은 작년 초 기업공개를 추진하다가 기대보다 낮은 몸값에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그간 내실을 다져온 오아시스마켓은 올해 기업공개 재추진 기대감을 높여왔으나 금리 인상과 계엄 사태까지 터지며 그 시기를 길게 보고 있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컨트롤 할 수 없는 시장 상황이 이어지는 중”이라며 “기업공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컬리 역시 올해 3분기 3개 분기 연속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달성해 기업공개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지만 여전히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컬리 관계자는 “적절한 시기에 상장을 추진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쓱닷컴도 기업공개 시점을 특정하지 못하는 중이다. 시장 상황은 물론 최근 재무적투자자(FI)도 바뀐 만큼 사업구조 혁신이 우선 과제로 떠올라서다. 쓱닷컴 관계자는 “현재 일정,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먼저 성장 지속 가능한 시스템 구축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얼어붙은 시장에 떨고 있는 곳은 비단 이들뿐 아니다. 인수합병(M&A)시장도 한파가 예상되면서 11번가도 새 주인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앞서 11번가의 모회사 SK스퀘어(402340)는 지난해말 11번가를 매각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 동안 인수자를 찾지 못하는 중이다. 현재는 인수 후보군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다.

업계는 적절한 때를 기다리며 내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기업공개, M&A에 집중하기보다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더 높인다는 복안이다. 컬리는 수익성이 높은 뷰티컬리와 멤버십 등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11번가는 최근 안정은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2025년 흑자전환 목표를 내건 인물인 만큼 수익성 개선 드라이브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문제는 미래가 이들에게 더 혹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계엄 정국이 탄핵 정국으로 확산하며 정치 상황은 예측 불가능성으로 빠지고 있다. 한국의 대외신인도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향후 투자유치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 상황이 회복돼도 성공적 기업공개가 될 둥 말 둥 한 상황인데 갈수록 마이너스 요인만 커지고 있는 중”이라며 “중소 이커머스 업체들은 점유율과 기업 가치가 함께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은 더 혹독한 한 해가 될 수 있다”며 “벤처 등 시장의 투자 위축 문제도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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