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듀폰과 1조원대 소송 승소… 5년만에 전세역전

코오롱 패소 1심 판결 무효화
증권가 "경영불확실성 해소 긍정적"
  • 등록 2014-04-04 오전 9:49:33

    수정 2014-04-04 오전 9:49:33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코오롱(002020)이 미국 화학기업 듀폰과 아라미드 섬유를 두고 벌여온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미국 항소심 법원이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에 1조원대의 손해 배상을 명령한 원심을 파기환송하면서 5년간 이어져 온 소송에서 전세가 역전됐다.

이에 따라 코오롱은 경영상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버지니아주 소재 제4순회 연방항소법원은 3일(현지시간) 듀폰이 아라미드 섬유 생산과정에서 자사의 영업비밀을 침해당했다며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사건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토록 판결했다.

1심에서 코오롱 측의 주장과 증거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판결이 내려져 재심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사건은 1심을 맡았던 버지니아주 동부법원으로 다시 넘어가 새로 구성된 재판부가 심리하게 된다.

코오롱 관계자는 “1심에서 코오롱에 유리한 증거와 증언이 불공정하게 배제됐다는 우리 측 주장을 받아들인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향후 재심에서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오롱과 듀폰의 아라미드 소송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아라미드 섬유는 불에 타거나 녹지 않는 튼튼한 첨단 섬유로, 군·경찰용 방탄복이나 광케이블, 항공기 소재에 쓰인다. 듀폰은 ‘케블라’라는 이름으로 1973년부터 아라미드 섬유제품을 내놓았다. 이후 코오롱이 2005년부터 ‘헤라크론’이란 제품명으로 아라미드 섬유를 생산하며 시장에 뛰어들자 듀폰은 2009년 2월 코오롱이 자사의 엔지니어를 고용해 아라미드에 대한 영업비밀을 빼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11월 미국 법원은 영업비밀 침해사실이 인정된다며 배상금 9억1990만 달러(1조 원)를 듀폰에 코오롱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2년 8월에는 코오롱의 아라미드에 관해 20년간 세계적으로 생산·판매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고, 코오롱은 1심판결이 확정되자 즉각 항소했다. 아라미드 생산·판매 금지에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승인돼 아라미드 생산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미국 법원이 소송으로 발생한 듀폰의 변호사 비용을 배상하라는 판결까지 내렸다. 코오롱은 1심 주요 쟁점사항에 대해 모두 지면서 참패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이를 무효화해 전세가 역전됐다.

코오롱의 항소심 승소 소식에 증권가는 경영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매분기 약 100억 원의 충당금 비용 반영이 중단되고, 변호사 비용이 감소돼 항소심 승소의 직접적 영향으로 올해와 내년 세전이익은 각각 15%와 30%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황 연구원은 또 “소송으로 위축됐던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영업이 확대될 것”이라며 “타이어코드와 에어백, 아라미드 등의 판매량 확대로 실적개선 추이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예상했던 2심 결과 중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며 “2심 이후 합의 가능성도 높아졌고 이후 파기환송심 배상 및 합의 금액도 1조 원 대비 대폭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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