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개편]⑥"전기료 할인 검토"→"불가" 산업부 입장 바뀐 이유

주형환 장관, 2월엔 "여름철 전기료 할인 검토"
5월 "누진제 한시적 완화-여름철 할인"..7월 돌연 "불가"
누진제 개편땐 프로슈머 등 대통령 보고 정책 '백지화'
  • 등록 2016-08-07 오후 12:00:00

    수정 2016-08-07 오후 12:06:09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는 누진제를 완화해 여름철 전기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애초에 검토했지만 불과 몇달 만에 인하 불가론으로 돌아섰다. 정부는 에너지신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불합리한 누진제에 근거한 에너지신산업 정책은 실효성이 없는 탁상공론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신산업 등을 감안해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것”이라며 “현재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여름에 했던 한시적 할인제도는 검토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주 장관은 올해 들어 이날 처음으로 이 같은 전기료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주형환 장관, 2월엔 “여름철 할인 검토”

지난해 산업부는 주택용 전기의 경우 냉방 수요가 많은 7월부터 9월까지 누진제 구간을 현행 6개에서 5개로 줄여 요금을 인하했다. 누진제 4단계 전기요금(월 사용량 301~400㎾h)과 3단계 전기요금(201~300㎾h)을 통합하면 4구간 요금을 내는 가구는 3구간 요금을 내 전기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약 520만 가구(작년 기준)가 월평균 7800원(월평균 전기 사용량 350㎾h 가정 기준)의 전기료 부담을 덜 수 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도 주 장관 발언 직후 “지난해 여름처럼 올해도 3개월간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작년 기준·방안을 중심으로 논의해 올해 6월께 인하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책 방침은 5월까지도 이어졌다. 우태희 2차관은 4월 6일 간담회에서 “작년 여름에 한시적으로 주택용 구간을 4구간을 3구간으로 해 누진제 완화 방안을 한시적으로 실시했다”며 “금년에도 이를 실시해 전기료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진흥과 관계자도 5월 초 “주택용 전기요금 하계 누진제 완화(3~4구간 통합)에 대해 올해 다시 시행할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산업부는 돌연 이 방안을 백지화했다. 산업부는 지난달 14일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 브리핑을 하면서 “올 여름철에 누진제 완화나 한시적 전기료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산업부가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풀이한다. 누진제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완화할 경우 주 장관 취임 이후 추진해 왔던 프로슈머 정책 등 에너지신산업 정책 상당 부분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누진제 개편땐 대통령 보고 정책 ‘백지화’

(출처=산업통상자원부, 한전)
프로슈머 정책은 산업부가 박근혜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신산업 투자규제 개선 리스트’로 보고한 사안이다. 프로슈머(prosumer)는 전기를 소비하면서 태양광 시설 등으로 전기를 생산해 이웃에 파는 생산형 소비자를 뜻한다. 산업부는 홍천 등에 시범사업을 실시했고 내년까지 3000가구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 6월30일 박 대통령은 홍천 친환경 에너지타운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 프로슈머 정책은 현행 누진제를 토대로 설계됐다. 누진제는 6단계에서 1kWh당 사용요금이 1단계와 비교해 11.7배(한전 추산 누진율)나 높다. 이 같은 누진제로 인해 요금 부담이 많은 가구가 프로슈머 정책의 대상자다. 그러나 현행 누진제가 개편되면 이 같은 사업구조가 유명무실해진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이 같은 기형적인 전기요금 체계 하에서는 신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수준이 OECD와 비교해 너무 낮고 에너지신산업 육성을 위해선 (전기료 인하보단) 투자가 필요하다”며 “프로슈머 정책은 요금체계를 바꾸지 않고도 누진제 부담을 줄이면서 신산업을 키우는 창조적인 대안”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한시적 인하 방안을 철회한 이유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정책 기조의 시그널을 강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며 “지난해 한시적 할인 사례가 정책 일관성에 안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장관은 지난 1월 윤상직 장관(현 새누리당 의원)에서 주형환 장관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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