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 현대제철 경영 전면에..오너 책임경영 강화

[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현대차(005380)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주주총회를 열고 오너 일가의 사내이사 선임을 통한 책임경영을 강화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정관에 이사책임 감경 조항을 새로 추가하자, 일각에선 준법경영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며 날선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통과되지 못했다.

16일 현대차그룹 및 계열사 등에 따르면 현대제철(004020)은 이날 오전 주주총회를 열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정 부회장은 기존에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기아차(000270)(비상무이사) 현대모비스(012330)에 이어 현대제철 경영에도 참여해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현대제철 사내이사로서 활동하면서 자동차산업 수직계열화의 핵심인 소재와 강판쪽 품질분야 보직을 맡아 경영전반을 아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승하 부회장이 회사 전반을 총괄하는 대표이사로 활동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백준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정 부회장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엔지비, 현대오토에버에 이어 현대제철 경영에도 참여함으로써 자동차, 부품, 철강 등 주력 계열사를 모두 통제할 수 있게 됐다"며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고도 평가했다.

오는 22일 예정된 현대건설(000720) 주총에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김용환 현대차 기획조정담당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는 오너 일가가 이사회를 통해 주요 계열사의 의사결정에 깊숙이 개입함으로써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반면 현대차를 비롯한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은 이날 주총에서 상법 개정에 따라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그 행위를 한 날 이전 최근 1년간 보수액의 6배(사외이사는 3배)로 한도를 제한하는 책임감경 조항을 신설했다.

이는 이사의 책임에 제한을 두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사내이사로 적극 활동하고 있는 오너일가의 책임을 덜어주게 되는 셈이어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김영희 경제개혁연대 부소장(변호사)은 "오너일가가 사내이사를 맡는 것은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론 모범을 보여야 할 재계 2위 기업이 앞장서 이사에 대한 책임 추궁을 어렵게 만드는 책임감경 조항을 둔 것은 몸을 사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준법경영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주총에서 김충호 현대차 사장과 윤갑한 현대차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임기가 끝난 강일형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임영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각각 재선임했다.

현대모비스는 최병철 재경담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했고, 이우일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와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아울러 정관 내 사업목적에 토목건축, 산업설비 및 환경기초시설 수탁운영업 등을 삭제하고 친환경, 에너지관련 사업과 전기 전자 관련 사업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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