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강국)⑥`체질바꾼` LG전자..눈높이 달라졌다

분기 영업이익 1조 시대 개막..`실적기록 다 바꾼다`
`끊임없는 혁신의 결과`..고객 마음을 잡았다
증권가도 러브콜..목표주가 20만원도 등장
  • 등록 2009-08-28 오전 9:55:57

    수정 2009-08-28 오전 9:55:57

[이데일리 김상욱기자] "도대체 비결이 뭐래요?"

지난 2분기 LG전자(066570)의 실적이 발표된 후 만난 모 전자업체의 임원은 대뜸 기자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졌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분기기준 사상 최대 매출과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LG전자의 실적이 그만큼 놀라웠다는 의미였다.

지난 상반기 세계시장에서 LG전자의 지위는 실적과 함께 수직상승했다. 기존 강점이었던 가전사업의 경쟁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LCD TV사업에서는 세계 2위인 일본 소니를 추월했다.
 
휴대폰에서도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을 제치고 세계 3위로 자리매김했다.

상반기를 지나며 LG전자를 바라보는 국내외 시선들이 달라지고 있다. 경쟁자들은 눈을 비비고 LG전자를 다시 보고 있다. 그야말로 괄목상대(刮目相對)다.

◇`불황쯤이야..` 사상최대 신기록 행진

LG전자의 2분기 실적이 공개된 지난 7월. `예상외로 좋을 것 같다`는 기대는 이내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LG전자의 2분기 글로벌 기준 매출액은 14조4974억원, 영업이익은 1조1330억원이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5개 사업본부 모두가 흑자기조를 유지했고, 이중 4개 본부가 2분기 매출에서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본사기준 매출액(8조5000억원), 영업이익(7000억원), 경상이익(1조4000억원), 순이익(1조1000억원)도 모두 2000년 이후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 순이익과 경상이익은 2001년 2분기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에따라 LG전자는 지난 상반기 중 글로벌 기준 매출 27조3500억원, 영업이익 1조5880억원을 달성했다. 경기불황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지난해 상반기 매출 23조9520억원, 영업이익 1조4580억원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하반기에도 LG전자의 질주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거 LG전자는 가전사업이 강세를 보였던 2분기 이후 실적이 하향하는 이른바 `상고하저`추세를 보였었다. 하지만 휴대폰과 LCD TV사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이같은 현상은 사라졌다는 평가다.

LG전자는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약 10%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에따라 올해 전체 매출은 약 55조원에서 57조원 내외, 영업이익은 3조원에서 3조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적과 관련한 모든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

◇`혁신 또 혁신..` 체질이 달라졌다.

LG전자가 이처럼 놀라운 실적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무엇보다 체질 자체가 바뀐 결과라는 평가다. 각 사업부에 업무에 정통한 경영인을 배치하고 전사적인 전략과 시스템을 정비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남용 부회장은 "LG전자는 165개 국가에서 사업을 하는만큼 프로세스와 시스템의 표준화가 필요하다"며 "생산은 도요타, 구매는 미국기업이 최고수준인데 그 수준을 뛰어넘는 표준화가 이뤄줘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 뉴욕 타임스퀘어에 설치된 LG광고판
이를위해 LG전자는 외국인 최고경영진을 구축, 마케팅과 구매, 공급망관리(SCM)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손질했다. 또 단순한 마케팅 기업이 아닌 혁신기업을 목표로 삼고, LG전자가 가지고 있는 첨단기술과 창조적인 아이디어의 결합을 추구해왔다.

무엇보다 LG전자 제품들의 성공은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과거처럼 제품을 생산한 후 마케팅을 하는 시점에서 고객들의 성향을 맞춰 나가는 방식이 아닌, 제품의 연구개발, 디자인, 상품기획 등에서부터 `고객 인사이트`를 강조해왔다는 설명이다.

최근 LG의 휴대폰과 LCD TV가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것도 이같은 노력의 결과물이란 평가다.

또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통해 연구개발과 디자인, 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도 적절했다는 분석이다. "어려울 때 점유율을 늘린 회사가 경기회복시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결론에 따라 과감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이 주효했다.

반면 내부적으로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올해 LG전자는 구매분야에서 1조원, 비구매분야에서 2조원 등 총 3조원의 비용절감계획을 추진중이다. 생산라인의 원가절감은 물론, 회사 내부의 모든 비용이 절감해야하는 대상으로 설정됐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없이 내부적인 인력배치 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한 점도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LG전자는 지금부터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남용 부회장은 "1~2년후 일본, 유럽, 중국기업들이 살아 돌아오면 우리에게 위기가 될 것"이라며 "지금 시기가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하고 있다.
 
◇`눈높이가 높아졌네`..증권가도 러브콜
 
현재 세계시장에서 LG전자의 위상은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LCD TV는 일본 소니를 제치고 사상처음으로 2위 자리를 차지했고, 휴대폰 역시 노키아와 삼성에 이은 3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세계 3위인 가전사업 역시 선두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상반기 영업이익(3억8600만달러)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월풀(3억달러)을 추월하기도 했다. 매출(56억700만달러)면에서도 2위인 일렉트로룩스(65억3600만달러)가 가시권에 들어온 상태다.

이에따라 LG전자를 바라보는 시선들도 달라지고 있다.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그게 거짓말 아니겠느냐"는 경쟁업체 임원의 반응에서 이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증권가에서도 LG전자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2분기 실적이 발표된후 대부분 증권사들은 LG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조정했다.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우리투자증권은 "3분기 잠시 주춤할 수 있지만 여전히 강한 실적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다"며 "상반기 글로벌 수요의 부진, 하반기 환율하락과 원자재 가격 상승, 동종업체의 경쟁심화 등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최고치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교보증권은 "연구개발, 디자인, 브랜드 제고노력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효과가 사업 전반에 스며들며 휴대폰, LCD TV 등 핵심사업의 점유율 확대 등 근원적 경쟁력 강화를 가져온 것으로 판단된다"는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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