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올해 1월 1일부터 담뱃값이 2000원 올랐다. 하루 한 갑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한 달에 6만원을 더 쓰게 됐다. 주머니가 얇은 서민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서민 증세’ 또는 ‘꼼수 증세’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한 금연대책이라고 해명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금연선언을 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두 배 가까이 인상된 담배 가격은 실제로 금연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A 편의점의 올해 1월 첫째 주 담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2.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에도 2주차(-35.9%), 3주차(-41.6%), 4주차(-36.2%), 5주차(35.1%) 등 수요 감소세가 지속됐다.
세금이 내기 싫어서든, 가격인상이 부담이 돼서든,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올 들어 담배를 끊었거나 흡연량을 줄인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일부는 지난해 말 담배 사재기에 따른 영향으로 파악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담배 인상에 따른 충격이 예상보다 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매년 초 반복되는 ‘금연포기’ 현상과 일부 흡연자들의 모아뒀던 담배가 동이 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 있다.
리딩투자증권은 올해 담배시장 수요가 약 2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대부분의 증권사들도 가격부담, 금연열풍, 전자담배 유행, 금연구역 확산 등으로 흡연율이 하락, 올해 담배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영화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연구역 확산, 가격부담에 따른 자연담배 수요가 감소는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올해 담배 부문은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수입산 담배 업체들이 국내 담배와 같은 가격으로 경쟁에 나서면서 시장 위축을 방어하고 있지만, 가격인상 부담을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증세 없는 복지’라는 틀 안에 갇혀 있는 정부가 부족해진 세수를 메우려고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과 함께 국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돌연 새누리당은 노인층이나 저소득층을 위해 저가담배 판매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서 담뱃값을 올려 놓고 이제와 저가담배를 출시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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