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여성은 능력도 있고 유연하다. 사장까지 돼야 한다"며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한껏 강조한 가운데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008770)·에버랜드 사장,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001300)·
제일기획(030000) 부사장의 경영행보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여성 사장이 등장할 정도로 그룹내 여성들의 힘이 세지는 것만으로도 두 자녀의 경영기반은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서현 부사장은 경기 의왕 제일모직 연구개발(R&D)센터에서 한 달에 한번 전 사업부문 보고를 받고 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말 승진 이후 매주 정기적으로 의왕을 찾아 케미컬과 전자재료 부문에 대한 회의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는 패션 전문가로, 승진 이전에는 주로 서울 수송동 패션부문 사옥에서 업무를 봤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MWC 2011` 행사에서는 세계적인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전시관을 둘러보기도 했다. 제일모직은 전자제품의 디자인 경쟁력을 위해 소재, 컬러 등 전자재료 부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재계 한 소식통은 "이서현 부사장은 당초 재계의 주목을 크게 받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말 승진 이후 경영보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부진 사장의 행보는 더욱 가열차다. 지난 4일 이건희 회장과 함께 서울 서초사옥에 동반 출근한 것은 극적인 장면이었다. 당시 출근은 대표이사로 있는 호텔신라 외에 에버랜드, 삼성물산 상사부문 등 몸담고 있는 계열사에 대한 보고 때문이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그가 유력 오너가(家) 자제로서는 이례적으로 대표이사 직함을 달고 있는 까닭에 그 존재감이 더 컸다는 분석이 나왔다. 구체적인 사업군이 아닌 최고운영책임자(COO)라는 다소 두루뭉술한 직함을 가진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사장과 자연스레 비교됐다는 분석이다.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사장에 `긴장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진단도 있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이재용 사장과 이부진 사장이 각각 25.1%, 8.37%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을 놓고 정면으로 출동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면서도 "다만 이부진 사장의 향후 영향력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속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연말 인사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나온 이건희 회장의 `여성 사장` 발언은 그룹내 여성의 힘을 더욱 키워줄 것"이라며 "결국 두 딸의 경영기반에도 득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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