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하루 동안 방문한 차량 수만 566대, 주유량만 2만400리터에 달했다. 이를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2400여만원에 이른다. 첫 성적표치고는 성공적이었다는 게 이마트 측 자체 평가다.
국내에도 이른바 `대형마트 주유소` 시대가 새롭게 도래했다. 장을 보면서 기름도 넣는 이른바 `선진국형 쇼핑문화`가 첫선을 보인 것이다. 더구나 기름값이 평균 100원 가량 싸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의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당초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사업이 전개되면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역 주유소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 대형마트, 주유소 진출 왜?
대형마트들이 주유소 사업에 발을 들여놓게 된 이유는 뭘까?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일까, 아니면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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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허가 등 주유소 설치요건과 주유설비가 들어설 유휴부지를 갖춘 점포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선발업체의 전격 선언에 어리둥절해진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별수없이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이 때문인지 업계 안팎에선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였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정부의 압박에 떠밀려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대형마트 영업시간 단축과 주유소 사업을 연관지었다는 말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경상 이마트 대표는 1호 주유소 오픈식에서 "주유소 사업을 통해 이마트가 이득을 보는 것은 없으며, 이익을 기대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손해가 날 수도 있지만, 손익분기를 내는 게 최대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윤이 목적인 기업체 수장(首長)의 말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익도 나지 않는 사업에 굳이 나설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대형마트의 주유소 진출을 놓고 여러 말들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주유소의 출발이 SK에너지·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 등 4사 과점체제인 국내 정유 유통시장의 틀을 깨는 것이 목표라는 분석이다. 대형마트로 하여금 정유제품을 자기상표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해 정유사와의 가격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것.
◇파괴력 있을까
대형마트 주유소가 들어서면서 자연히 관심은 가격파괴 효과에 쏠린다. 일단 마트 주유소 인근에 거주하는 고객들로선 평균 100원 가량의 가격 메리트 효과가 있을 듯 하다. 또 주유소가 설치된 대형마트 매장 역시 집객효과에 따른 매출 상승도 예상된다.
하지만, 향후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설치되는 주유소가 한정된 만큼 중장기적으론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대형마트 입장에선 득보다는 실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마진 정책을 고수할 경우, 손실 발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 출점하는 점포에 여는 건 상대적으로 수월할 듯 싶다. 문제는 대형마트 점포수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추가로 여는 점포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업계는 대략 기존 점포에서 10~15여곳 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마트 3사 중엔 1호점을 연 이마트가 상대적으로 적극적이다. 연내에 경남 통영에 1곳, 내년 중 순천·군산 등 3~4곳을 추가로 열 수 있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그 외에 10여곳 정도 추가 오픈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유소 사업에 미온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홈플러스도 내년 6~7월경 새로 오픈하는 경기 평택점 인근에 1호 주유소를 열 계획이다. 또 추가로 3곳 정도를 더 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롯데마트(롯데쇼핑(023530))는 아직 구체적인 오픈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에쓰오일 측과 주유소 사업을 협의 중인 상태다.
`100원의 경쟁력` 대형마트 주유소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지 아니면, 국내 쇼핑문화의 대혁신으로 이어질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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