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 재임 시절 사면·복권으로 재벌 총수에게 기업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다시 열어주었다. 하지만 때로는 특정 발언이나 정치적 입지 때문에 불편한 관계를 한동안 유지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재계와 맺은 인연에 등장하는 대표적 인사는 단연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라고 재계 인사들은 말한다.
김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초기에 당시 정주영 명예회장의 현대그룹은 큰 수난을 겪었다. 정 명예회장이 지난 1993년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정 명예회장이 기소된 것은 한 해 전인 제14대 대선에 출마해 여당 후보였던 김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데 따른 일종의 보복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았다.
대선 패배 직후인 지난 1993년 1월 정 명예회장은 출국금지를 당한 데 이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 직후 의원직을 포기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해야만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정 명예회장을 청와대로 불러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사면한다”고 통보한 일 외에는 별도 회동을 하지 않는 등 불편한 심기를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2001년 3월 정 명예회장이 타계하자 청운동 빈소를 직접 찾아가 아들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우리나라에서 대업을 이룬 분인데, 그런 족적을 남긴 분이 가시니 아쉽다”고 조문했다.
이건희 회장은 김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절 첫 번째 사면·복권을 받은 인연이 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97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개천절을 맞아 이 회장 등 경제인 23명을 특별 사면·복권했다. 이 회장에게는 첫 번째 사면·복권이었다.
이 회장은 이명박 정부 때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등을 위해 단독 특별사면·복권된 바 있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 1995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현지 특파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기업은 이류, 관료는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일갈하면서 문민정부에서 한동안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문민정부 정권 실세와 관료들까지 이 회장의 베이징 발언에 상당히 불쾌해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전경련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고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는 금융실명제와 공직자 재산 공개제도 도입을 통해 우리나라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기여했다”면서 “경제계는 김 전 대통령께서 우리나라가 투명하고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신 생전의 업적을 기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