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영업자, 최저임금 동결해도 10명 中 3명 '한계 상황'

자영업자 절반 이상, 최저임금 동결해도 '고용 여력 없다'
10명 중 7명, "최저임금 결정 과정서 자영업자 의견 고려 안돼"
동결·1~5% 인상 시, 자영업자 절반 '판매 가격 인상 고려'
  • 등록 2021-05-16 오후 2:38:20

    수정 2021-05-16 오후 9:26:39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앞두고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자영업자들의 절반 이상은 이미 현재 최저임금이 경영에 부담되고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이 자영업자 경영에 미치는 부담 정도 (%) (자료=한경연)
16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영업자들의 절반(53.1%) 이상은 현재 최저임금(시급 8720원)이 경영에 많이 부담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72.2%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자영업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경연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피해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결정이 그 어느 때 보다 신중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고 주장했다.

고용포기 고려하는 최저임금 인상수준(%)(자료=한경연)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직원 신규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자영업자의 53.9%는 현재도 고용 여력이 없다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5~10%, 10~15% 인상 시 각각 11.8%가 신규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하겠다고 답변했다.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폐업을 고려하겠냐는 질문에 ‘현재도 한계 상황’이라는 답변이 32.2%로 가장 높아 자영업자들이 심각하게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용원이 없거나 가족이 근무하는 자영업자들의 40.6%가 현재도 폐업을 고려할 한계 상황이라고 응답해 나홀로 사장 자리 마저 위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인상 고려 최저임금 인상 한도(%)(자료=한경연)
최저임금에 따른 어려움으로 자영업자들은 판매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었다. 자영업자의 23.6%는 현재도 이미 판매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었다. 향후 1~5% 미만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가격 인상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27.2%로 가장 높았다. 현재 가격 인상 예정이거나 5% 미만 최저임금 인상 시 가격 인상을 고려한다는 응답율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도·소매업(55.6%)과 숙박·음식점업(53.2%)이 가장 높았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면 먼저 경기회복(33.4%)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뒤이어 코로나19 종식(31.5%), 정부 자영업자 지원 확대(19.6%), 최저임금제도 개선(14.7%)으로 답했다.

내년 최저임금 적정 수준(%)(자료=한경연)
내년 최저임금 적정 수준에 대해서는 동결이 45.7%로 가장 높았으며 인하해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과 합하면 61.9%에 이르렀다. 특히 동결 또는 인하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숙박·음식점업(69.8%)과 도소매업(63.8%)에서 높았다. 또 최저임금 인상이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나홀로 사장도 동결 또는 인하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60.3%에 이르렀다.

현행 최저임금 제도와 관련하여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로는 ‘최저임금 산정기준 현실화(시급 산정 시 분모에서 법정주휴시간 제외)’가 가장 높았고,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이 2순위로 그 뒤를 이었다.

한경연 추광호 경제정책실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2018년 말부터 고용을 줄이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이제는 버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영세·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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