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은 30일 “11월 29일 안성 칠장사 화재와 관련해 대한불교조계종 제33대, 제34대 총무원장을 역임하신 해봉당 자승스님께서 입적하셨음을 확인했다”며 “기존 일부 보도내용 중 4명이 함께 있었다는 내용은 확인결과 사실과 다르며 자승스님께서 혼자 입적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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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스님은 경찰과 칠장사 주지에게 각각 유서 2장을 남겼다. 경찰은 자승 스님의 유서로 보이는 문서를 현장 인근에 있던 자승 스님의 승용차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고인은 경찰 관계자들에게 “검시할 필요 없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했다. CCTV에 다 녹화돼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한다”고 적었다. 칠장사 주지에게는 “여기서 인연을 달리해 미안하다. 요사채는 다른 스님들이 잘 복원해 줄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남겼다.
10년간 조계종 실세로 군림
자승스님은 조계종 33대와 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조계종 고위 인사다. 지난 10여 년간 조계종의 실세로 군림했다. 1980년대부터 총무원 주요 보직과 조계종 입법기관인 중앙종회 의원을 맡으면서 대표적 사판승(행정 담당 스님)으로 성장했다.
2009년 55세에 역대 최고 지지율로 조계종 33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됐고, 2013년에는 연임에 성공했다. 퇴임 후에도 ‘상월결사(霜月結社)’ 회주와 조계종 입법기관인 불교광장 총재, 동국대 건학위원회 총재, 봉은사 회주 등을 맡아 조계종의 주요 의사 결정과정을 지휘해왔다. 이같은 왕성한 활동 때문에 퇴직 후에도 실세로 꼽혀왔다.
과거 정치적 파벌 다툼이 심했던 조계종은 자승 스님이 총무원장을 맡으면서 파벌이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한편에선 종단 권력이 자승 스님에게 집중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해에는 조계종 노조원이 자승스님의 총무원장 선거 개입 등을 비판하며 1인 시위를 하다가 스님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상월결사’는 불교중흥과 국민 화합을 이루고 세상의 평화로 나아가자는 자승스님의 뜻을 계승·실천하고자 결성됐다. 2019년 천막결사 동안거 정진을 시작으로 2020년 국난극복 자비순례, 2021년 삼보사찰 천리순례, 2022년 평화방생순례 등을 진행했다. 지난 봄에는 40여 일에 걸쳐 인도 부처님 성지 1167㎞를 도보로 순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