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문재인, 정동영 찾아 손 잡았지만 거절당해

문 대표, 전북 순창 내려가 정 전 장관에게 복당 요청
정 전 장관 “마음은 형제지만 지금은 다른 길 서 있다”
정 전 장관 신당 합류 가능성 커, 천정배 의원도 만나
  • 등록 2015-12-19 오전 9:24:55

    수정 2015-12-19 오전 9:24:55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야권 정치인으로는 맨 처음 빈소를 찾았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정치적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전북 순창서 바이오 씨감자 농사를 지으며 정치적 발언을 일체 하지 않았던 정 전 장관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전격 회동했다.

안철수 신당 바람에 다급해진 문 대표는 동요하는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정 전 장관과의 만남을 며칠 전부터 추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직능대표자회의 발족식에 참석한 뒤 바로 정 전 장관을 만나기 위해 순창으로 향했다. 저녁 7시30분쯤 정 전 장관을 만나 함께 막걸리를 나누며 1시간 40분 가량 대화를 나눴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극심한 불평등의 해소를 위해 강력한 야권의 연대가 필요하다”며 정 전 의원의 복당을 요청했다. 문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박근혜 두 정권의 경제실패와 민생파탄으로 인해 국민이 큰 고통을 겪고 있는데 (대선에서 패배한) 우리 두 사람이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우리의 실패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고 성찰하는 데서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된다. 그러기 위해 첫 번째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총선 때부터 힘을 합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기자들에게 “이명박 정부를 허용하고 박근혜 정부를 허용해서 그 결과로 우리 국민의 고달픈 삶을 허용한 책임으로부터 무한 책임을 갖고 있다”며 “그 책임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정동영의 심장에는 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 정권교체의 희망이 느려질 때 맥박이 흐르고 저도 아득하다. 제 심장의 맥박이 빨라질 때는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상상, 그 꿈을 꿀 때”라며 “그것을 위해 큰 틀에서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은 “마음은 형제”라면서도 “지금은 다른 길에 서 있다. 오늘 먼 길 와주셔서 문 대표께 감사드린다”며 복당 요청을 거절했다.

지난 4·29 재보궐선거 당시 야권을 재편하겠다며 국민모임 신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던 정 전 장관은 패배 후 지난 6월 고향인 순창으로 낙향해 바이오 씨감자 연구에 매진해왔다. 재보선 때 문 대표의 측근인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와 정 전 장관은 치열하게 경쟁했었다.

문 대표 방문에 앞서 신당 창당을 추진중인 천정배 의원이 지난 11일 순창을 방문해 정 전 의원에게 신당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정 전 장관이 다시 정치를 재개한다면 탈당한 새정치연합보다 신당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금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가 어렵다며 야권재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당을 떠났던 정 전 장관이 다시 복당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다른 길에 서 있다는 정 전 장관 발언이 분명히 보여준다. 만약 정계에 복귀한다면 새정치연합이 아닌 신당을 선택할 것”이라며 “내년 총선 출마도 고향인 전북에서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정 전 장관도 정계복귀 가능성을 열어놨다. 정 전 장관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나 자신보다 고향 전북을 위한 거름이 되겠다. 자꾸만 꽁무니로 처지는 전북의 실정에 책임감을 느낀다. 전북이 앞서가는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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