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금융 감독 혁신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금감원은 앞으로 금융회사가 혁신 기업에 대출이나 투자 등을 했다가 손실을 보아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제재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안으로 관련 규정에 동산 담보 대출, 기업의 기술력·영업력 기반 대출 등을 면책 대상으로 명시하고 금융사 임직원의 고의·중과실에 의한 신용 조사 및 사업성 검토 부실, 부정 청탁 등이 없었다면 면책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금융회사가 신청하면 금감원이 면책 대상에 포함되는지 심사하는 제도도 새로 도입한다.
이는 문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월 혁신 금융 비전 선포식에서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패가 있을 수도 있고 금융기관의 손해도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회사가 혁신 산업을 지원하면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해당 임직원의 고의, 중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면 적극적으로 면책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핀테크(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 등 혁신 기업이 감독 당국에 인허가를 신청하기 전에 금감원이 직접 컨설팅을 해주고 심사가 필요 없는 금융회사의 단순 조직 변경 등은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인허가 심사 기간을 대폭 줄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 당국은 앞서 지난달 인허가 업무 담당자가 인허가 신청을 임의로 거부하거나 기간을 질질 끄는 ‘갑질’을 하지 못하도록 직원 행동 규정도 개정했다.
이 제도는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최대 주주가 되기 위해 금융 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가 공정위의 담합 조사로 현재 심사가 중단된 KT 등에 우선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영업을 하거나 신상품을 개발하려는 금융회사가 감독 당국에 익명으로 법령 해석이나 비조치 의견서를 신청하는 제도도 신설한다. 당국 눈치를 보지 않고 혁신 서비스를 시도하라는 취지다. 비조치 의견서란 금융사의 신규 영업이나 신상품이 금융 규제에 위반되는지 금융 당국에 심사를 청구하고 회신받는 제도로, 당국의 제재 불확실성을 없애 신규 사업을 활성화한다는 제도의 취지와 달리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금감원의 검사를 받는 금융회사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마련했다. 올해부터 본격 부활한 종합 검사를 받는 금융사에는 검사 착수 한 달 전에 해당 사실을 미리 알리고, 검사 종료 후 검사 결과 통보, 제재 확정까지 시간이 차일피일 걸리지 않도록 금감원 규정에 처리 기간을 명확히 못박기로 했다.
올해 말부터 금융회사와 소비자가 금감원의 감독 서비스 만족도를 평가해 그 결과를 금감원의 기관 성과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시행한다. 금융위 부위원장과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 금융 당국의 양대 부기관장은 매달 만나 금융 감독 혁신 과제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감독 당국이 종전의 엄격한 잣대와 관행을 계속 적용한다면 금융권의 혁신 노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혁신 금융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법령, 제도 정비 못지않게 감독 당국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