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5주년을 한해 앞두고 한재혁(49) 주중문화원장이 ‘한류 전도사’로 주목받고 있다. 한중수교가 이뤄지던 1992년 공직자로 중국 땅을 밟은 그는 중국 수도 베이징 중심가에 위치한 주중한국문화원을 ‘한중문화교류의 핵심 거점’ 으로 발전시켰다.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대통령 표창(2005), 외교통상부장관상(2011), 대한민국 공무원상(2016)을 수상했다.
사진 설명 : 4일 중국 베이징 주중한국문화원 2층 도서실에서 한재혁 문화원장이 그간의 한중 문화 교류의 성과를 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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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4층, 지하 3층으로 이뤄진 주중한국문화원에서는 한국어 교실, 한국요리강좌, 국악강좌, 태권도 강좌가 상시 운영되면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싶어하는 중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2층에 설치돼 있는 도서실에는 1만 5000여권의 최신 한국 도서가 배치돼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최신 트렌드를 알리고 있다. 또, 지하 전시장에서는 각종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고려대 중문학과를 졸업한 한 원장은 1992년 사무관 시험을 통과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그해 9월 역사적인 한중 수교가 이뤄진 것을 계기로 그는 중국 땅을 처음 밟았다. 1995년 문화공보관으로 중국에서 파견 근무를 시작한 그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고민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책이었다. 따뜻한 가족애, 이웃간의 화합 등 우리 특유의 공동체 의식이 중국인들이 추구하는 바와 접점이 있다고 판단한 그는 한국에서 인기를 끈 책과 드라마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한중 문화교류의 물꼬를 텄다.
다행히 한국 문화를 처음 접한 중국인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고 한다. 그는 “유럽이나 미국의 문화는 중국인들이 받아들이기에 다소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라는 느낌이 있었지만 한국 소설은 가족 화합과 배려, 유가적 사상 등이 내포된 따뜻한 내용이 많아서 호의적이고 쉽게 받아들이는 듯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후 그는 상하이 총영사관, 홍콩 총영사관 근무를 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주중한국문화원 원장으로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온 그는 문화원을 중국인의 기호에 맞게 대폭 업그레이드했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한국문화원은 지난달 ‘한국문화가 있는 날’을 개최했다. 향후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한국문화가 있는 날’ 행사를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주요지역에서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앞장서 베이징 국제도서전에서 한국 전시관을 대규모로 꾸린 것도 스토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원장은 “글로벌 시대에서 문화 교류는 일방적인 문화 침투의 개념이 아니라 서로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치적 이슈로 인해 한중 간의 문화 교류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그는 한중 간 면면히 이어져 온 문화 교류의 흐름이 하루 아침에 소멸되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오히려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한중 교류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봤다. 사람 관계와 마찬가지로 국가 간 관계도 다소 불편하거나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을 수 있지만, 수천년 간 유사한 문화, 사상, 풍습을 공유한 배경 하에 이제 본격적인 교류의 인프라가 갖춰진 만큼 더이상 뗄래야 뗄 수 없는 공동체가 됐다는 것이다.
주중 한국문화원의 도서관으로 기자를 안내한 한 원장은 “이곳에 2만여권의 한중 도서가 비치돼 있는데 최근 중국인들의 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며 “중국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한국문화에 관심있는 이들이 많아 최근 한국어강좌, 한국문화강좌 등의 수를 늘리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