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뮤직 비디오같은 판타지적 사랑의 변주곡

곽경택 감독의 일곱번째 작 ''사랑''
  • 등록 2007-09-19 오전 11:17:00

    수정 2007-09-19 오전 11:17:00


[노컷뉴스 제공] 진한 우정을 그린 820만 관객 흥행작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같은 부산을 배경으로 이번에는 '찐한' 사랑을 빚었다.

사랑을 하고 있는 연인들이라면 각기 다른 사랑을 앓고 있다고 할만큼 정의내리기 어렵고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사랑'(태원 엔터테인먼트/진인사 필름 제작). 곽 감독의 신작 '사랑'은 흔하디 흔한 고전적 감정의 집대성이고 감정의 극대점을 맛보게 하는 사랑이다. '사랑'은 이성을 마비시켜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눈을 멀게 하며 흘려도 계속 눈물을 솟구치게 할 뿐만 아니라 도저히 머리로는 계산이 안되는 무모한 행동을 표출하기도 한다. 우직하고 우둔하며 남보기에 우습기도 할 만큼 이 감정덩어리는 도대체 통제 불능이다.

부산이 고향인 경상도 사나이 곽 감독은 이런 사랑의 특성을 경상도식으로 풀어냈다. '사나이'에 방점이 찍히는 경상도 정서를 담은 사랑은 마치 뮤직비디오에 늘상 등장하는 판타지같은 클리셰처럼 그려진다.

불행이 항상 자신을 둘러싸고 있음을 감지하고 사는 미주(박시연), 그를 옆에서 바라보다 '평생 지켜주겠노'라고 약속하는 인호(주진모). 밀수꾼 부모의 빚 때문에 깡패에게 유린당하는 미주를 지켜내기 위해 온몸으로 맞서다 결국 교도소로 간 인호는 그럼에도 환하게 웃고 있다. 오직 내 여자를 지켜냈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미주는 떠난다. 더이상 자신을 휘감고 있는 불행의 그림자속에 인호를 드리우기 싫어서다.

다시 10여년 만에 만난 둘은 '지랄' 같은 인연에 한숨조차 쉽게 못 내쉰다. 자신이 모시는 회장님(주현)의 정부가 돼있는 미주와 결국은 마지막 행복의 희망을 갈구하지만 새로운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다.

곽경택 감독의 친숙한 영화적 코드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7~80년대식 마초적 남자 캐릭터들. 센 억양의 부산사투리와 지역 정서. 화면 위로 피가 튈 것 같은 잔인함. 수컷들의 기 쎈 영역 보호 본능. 사랑도 곽 감독답게 표현했다. 여성의 겁탈 장면 쯤은 이 영화에서는 그저 하나의 씬일 뿐이다.

화면의 거친 기운에 익숙해질 무렵이면 미주와 인호의 무모해 보이는 비극으로 치닫는 사랑이 보인다. 박시연의 더디지만 한발 한발 앞으로 내 딛어 가는 연기 모습이 보이지만 감독의 특성 탓인지 여자 캐릭터는 끝까지 살아 꿈틀대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주진모는 펄떡 펄떡 튀는 활어처럼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친구'의 장동건이 떠올려질만큼 연기 폭의 확장이 느껴진다. 지나치게 광기어려 보이는 것이 흠이지만 김민준의 악역 연기는 이전 무색 무취했던 캐릭터에 비해 인상깊다.

예전 곽 감독의 영화들에서 보여졌던 마초적 힘을 응집해 멜러 코드로 변주를 준 '사랑'은 화면을 채우는 익숙한 곽 감독 영상 필체에 다소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박물관의 박제된 것처럼 돼 버린 이런 고전적'사랑'은 의외로 판타지적으로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파를 줄 듯하다. 15세 관람가.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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