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쇼호스트의 비밀]④‘대략 난감’..이 상품은 진짜 아니었어

  • 등록 2013-01-24 오전 9:06:15

    수정 2013-01-24 오전 9:06:15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판매의 고수’인 스타 쇼호스트들도 가끔 난관에 부딪힌다. 어떻게, 누구에게 팔아야 할지 난감한 상품들을 만나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쇼호스트들 사이에서 이른바 ‘사연상품’이라고 부르는 경우이다. 여러가지 사연을 가지고 있는 상품이라는 뜻인데 사연이 기구할 수록 팔기는 쉽지 않다.

장영재 현대홈쇼핑 쇼호스트는 대표적으로 팔기 어려웠던 상품으로 부직포로 습도를 조절하는 가습기를 꼽았다. 그는 “홈쇼핑은 소비자를 직접 대면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제품의 효과와 성능을 보여줘야 한다”며 “습도가 조절되는 게 눈으로 보이지 않아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연령대와 스타일이 제각각이었던 티셔츠 세트도 사연상품으로 꼽혔다. 김동은 쇼호스트는 “4개 들이 세트였는데 2개는 젊은층에 맞고 2개는 중년층을 위한 옷이었다”며 “타깃층을 잡을 수가 없어 곤혹스러웠다”고 회상했다.

문석현 CJ오쇼핑 쇼호스트를 난감하게 했던 상품은 일본산 내복이었다. 좋은 품질의 국산 브랜드도 많은데 하필이면 일본제품인데다 당시 국민정서도 좋치 않을 시기였다. 그는 “수입 제품을 팔면서 정작 그 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라 낭패였다”고 떠올렸다.

그렇다고 쇼호스트들이 사연상품을 포기하는 법은 절대 없다.

장영재 쇼호스트는 결국 손가락 지문에 맺히는 물기와 얇은 습자지를 동원하며 가습기의 성능을 보여주려 했고, 김동은 쇼호스트는 생각 끝에 “하나를 사서 어머니와 딸이 나눠 입으시라”는 멘트를 곁들였다. 문석현 쇼호스트의 경우 “일본이 섬나라이기 때문에 기온은 별로 안 낮아도 바람이 많이 분다는 사실을 알아내 이 점을 강조했다”며 “일본의 내복 문화 등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어떤 물건이든 임자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 필요가 없다고 해도 누군가에게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 물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물건과 사람 사이에 ‘사랑의 짝대기’를 얼마나 잘 연결시키느냐이다. 이때가 베태랑 쇼호스트의 저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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