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있는 해엔 후원금을 3억원까지 거둘 수 있는 현역 의원들이 인지도 뿐만 아니라, 자금면으로도 상대적 우위를 가지게 된 것이다. 한 때는 누구도 내놓고 거부할 수 없는 명분이던 여론조사와 경선을 통한 공천이 기득권을 보호하는 제도가 되어버린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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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경선용 당원명부 문제까지 불거졌다. 새누리당에서 예비후보들에게 배부한 당원명부에 투표권이 있는 책임당원과 그렇지 않은 일반당원의 구분이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역 의원들은 책임당원이 누구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현역에게 유리한 요소를 또 하나 더한 셈이다. 명분과는 달리, 국민경선을 통한 공천이 현실에서는 기득권자에게 유리함을 더해주고 정치신인에게는 진입장벽을 더해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게다가 과도한 경선비용은 ‘돈 안드는 선거’와 ‘선거공영제’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총선 후보자가 공식선거운동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을 제한하고 있다. 올해 총선의 경우는 최대비용이 평균 1억7800만원이라고 한다. 거기다 공영성을 강화하기 위해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10%~15% 미만 득표 시에는 절반을 돌려준다.
그런데 총선을 둘러싼 현실을 보면 이 문제는 한참 뒤에 있는 관심 밖의 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선거가 코앞임에도 선거구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공천제도 역시 유동적이다. 여당은 공천 룰을 둘러싼 기본적 합의도 못 한 채 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야당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예외없이 나타난 정치권의 이합집산 때문에 본격적인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선거의 기본인 선거구와 공천과정을 둘러싸고 선거 때마다 이전투구를 되풀이하는 모습이 이젠 식상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국민을 실망시키는 이 같은 정치권의 행태는 날이 갈수록 그 도를 더하는 느낌이다. 선거구 확정이 이렇게 늦어지는 것도 새로운 기록이 될 것이다. 오죽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재외선거인 명부 작성 개시일인 24일을 앞두고도 선거구를 확정하지 않는 국회에 유감을 표하는 공문을 보냈겠는가.
다시 공천을 위한 경선문제로 돌아가 보면, 정당들이 경선이라도 제도화시키는 노력을 하기 바란다. 거창한 명분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치 실정에 맞는 경선제도를 설계했으면 싶다. 물론 앞서 언급한 비용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비용을 최소화하고, 그 비용을 국가가 정당에게 주는 정당보조금으로 부담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선 일정도 예측가능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 총선에서는 경선 룰에서부터 시작되는 정쟁보다는, 각 당이 내거는 정책이 언론을 장식하기를 바라는 것이 너무 비현실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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