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부답 北…정부, 개성공단 '중대결단' 수순 밟나

  • 등록 2013-08-04 오후 4:58:19

    수정 2013-08-04 오후 4:58:19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마지막 회담 제의에 대해 북한이 1주일 넘게 침묵하면서 정부가 예고했던 중대 결단을 내릴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이 19일부터 2주간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 돌입하게 되면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정부가 북한의 응답을 무작정 기다리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경협 보험금 지급 예정..폐쇄 수순 돌입?

정부는 4일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마지막 실무회담 제의와 관련, 북한에 책임있는 행동과 회담 수용을 강력히 촉구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원하는 국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면서 “북한이 진정 개성공단을 남북관계의 시금석으로 본다면 침묵이 아니라 책임있는 말과 행동으로 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4개월간의 개성공단 가동중단으로 우리 기업이 ▲ 4500억원의 투자자산 피해 ▲ 3000억원의 영업손실 ▲ 납품문제로 인한 신용상실 및 추후 판로개척 문제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는 남북협력기금 등을 통해 ▲ 입주기업 미수금으로 북한에 1300만달러 지급 ▲ 피해기업에 800억원 등을 대출했으며 경협보험금 지급으로 2800억원의 추가 지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성명 발표에 대해 일각에선 개성공단 폐쇄를 염두에 둔 정부의 중대조치 결단이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입주기업 110개사가 신청한 남북경협보험금이 실제 지급될 경우 이는 사실상 개성공단 폐쇄 수순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협보험을 받는 기업은 공단 내 자산의 소유권을 정부에 넘겨야 한다.

개성공단에 대한 단전조치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전이 되면 개성시에 하루 평균 1만5000t씩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월고저수지 정배수장의 가동이 사실상 멈추게 된다.

김정은 친서 전달..긍정적 신호?

다른 일각에선 희망섞인 전망도 제시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3일 정몽헌 전 회장 10주기 추모식을 위해 방북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원동연 조선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구두친서를 전달하면서다. 김정은은 구두친서에서 “정몽헌 선생은 민족화해와 협력의 길을 개척하고 북남관계 발전과 조국통일 성업을 위해 큰일을 했다”며 “그의 명복을 기원하며 현 회장을 비롯한 선생의 가족과 현대그룹의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두 사업 모두 현대그룹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남북경협 재개에 대한 북측의 의지와 기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곧 북한이 조만간 우리 측의 회담 제의에 어떤 식으로든 응답할 것이라는 얘기도 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 회장에 대한 구두친서 전달과 관련, “북한이 남북관계를 풀려고 여러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개성공단 문제 뿐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을 고려하면서 대응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 회담 제안에 대한 반응이 좀 늦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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