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산다고 무시하지마`..40억 저소득층 신흥시장 뜬다

코트라, 18개국 23개 사례 담은 보고서 발간
  • 등록 2010-12-23 오전 11:00:01

    수정 2010-12-23 오전 9:47:36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인구 40억, 시장규모 5조달러의 저소득층 저가시장을 노려 성공한 기업들이 있다. BOP(The Bottom of the Pyramid) 소비자가 몰려있는 세계의 저가시장에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이들 기업의 성과는 선진국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지금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코트라(KOTRA)는 최근 발간한 `신흥시장 40억 저소득층에 주목하라` 보고서에서 저가시장 공략에 성공한 18개국 23개 사례를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저가시장 공략에 성공한 한국기업이 적지 않다. 러시아 극동지역에 도시락면을 출시한 한국야쿠르트는 1일 100만개, 연간 3억6000만개의 도시락면을 팔아 18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주 소비층은 월 소득 350달러 이하의 저소득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빈부격차가 심해 저소득층의 비중이 높은 터키에서는 한국의 도루코가 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질레트 등 글로벌 브랜드가 면도기 시장에서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소규모 유통채널을 통해 저소득층을 공략하고 있다.
 
이밖에도 기아차(000270)는 부품수출 후 조립 생산한 프라이드 자동차로 이란 승용차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고, 파키스탄에서는 LG전자(066570)의 풀 멀티미디어 폰(Full-Multimedia Phone)이 저소득층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빈약한 인프라 때문에 히트한 저가상품들이다.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 남서부에 있는 섬나라인 모리셔스의 터프 스터프 그룹(Tough Stuff Group)은 5.7와트의 발전이 가능한 9달러짜리 소형 솔라 패널을 개발해서 연 6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제품은 전력 공급율이 10∼20%에 불과한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국가의 지방 주민들에게 휴대폰 충전과 손전등용 전기의 공급원이 되고 있다. 전력과 인터넷 서비스를 제대로 공급 받지 못하고 있는 인도 시골지역에서는 자동차 배터리에 연결해서 충전이 가능한 저가 PC와 브로드밴드 서비스가 인기다.
 
인도 최초의 컴퓨터기업인 HCL이 개발한 이 상품은 46만원대의 저가에 팔리고 있다. 또한 독일의 에디스 엔지니어링(Addis Engineering)은 전력부족이 심각한 나이지리아 시장에 일찌감치 들어가 소형발전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빈곤층의 소득수준에 맞춘 저가상품들이다. 필리핀에서는 50원짜리 빵으로 연 16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화제다. Julie's Bakeshop은 전체 인구의 25%에 달하는 필리핀의 절대 빈곤층을 겨냥, 현지 유명 제빵업체 빵 가격의 5분의 1이 되지 않는 50원짜리 빵을 히트시켰다.
 
현재는 필리핀 전역에 500여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브라질의 보험회사인 Bradesco는 월 2000원짜리 보험 상품으로 올 7월 현재 총 30만건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사고 사망시 유가족에게 1300만원을 지불하는 이 상품은 마약, 총기 밀매 등 조직범죄의 본거지인 빈민가 거주 저소득층이 주 고객층이다.

한선희 통상조사처장은 "저개발국 저소득층 시장은 침체된 선진국 시장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이번 조사는 높은 기술의 고가 제품이 아니더라도 잘 찾아보면 충분한 시장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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