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포커스]전세 대책은 '노답'

  • 등록 2015-03-21 오전 11:49:50

    수정 2015-03-21 오전 11:49:5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전세난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라는 가속 페달을 달자 전셋집의 월세 전환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다 못한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월세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긴 하지만 그 속도라도 늦춰보겠다는 것입니다. 유일호 신임 국토부 장관도 지난 16일 취임과 동시에 “주거 부담이 늘어나고 있어서 단기적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전·월세 대책 발표를 시사했습니다.

그러나 국토부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분분합니다. 신조어를 빌면 이 상황은 그야말로 ‘노답(no답·답이 없음)’이라는 것입니다. “해법이 있으면 좀 알려달라”고 기자에게 되물을 정도이니 그 막막함을 짐작할 만합니다.

전세 지원, why?

사실 전세는 여전히 지원의 당위성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지인의 사례를 들어볼까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제 지인이 최근 이름만 대면 알만한 독일 차를 장만했습니다. 이유가 독특합니다. 그는 빌라에서 전세살이하는데 착한 집주인이 재계약을 앞두고 ‘전세금 동결’을 통보했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보증금을 올려주거나 월세 낼 돈으로 수입차를 샀다고 하네요.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죠. 하지만 요즘 전세난의 진원지로 거론되는 것이 주로 서울·수도권 아파트입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3억 1401만원, 수도권은 2억 2401만원이었습니다. 서울만 치면 지난해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473만원)의 66배 정도 됩니다. 전세가 ‘있는 사람들’의 문제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다세대·연립주택 같은 저가 전세에 거주하는 세입자도 많죠. 문제는 이들만 따로 표적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과거 서울 성북구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기록적으로 높은 동네를 취재한 적 있었습니다. “전셋값이 올라서 힘들지 않으냐”고 주민들에게 물었죠. 대답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적지 않은 이들이 다른 지역에 있는 자기 집을 세주고 직장이나 자녀 교육 문제로 이곳에서 전세를 사는 ‘무늬만 세입자’였던 겁니다. 국토부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이처럼 집 가진 세입자 수가 2012년 기준 전국에 82만가구 정도 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앞장서서 전세 가구를 보호하는 것이 과연 맞는가 하는 논란이 여전합니다.

전·월세 대책, how?

어쨌든 정부는 대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전세난도 문제지만,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세입자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제 관건은 대책의 내용과 실효성입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만 보면 대책의 주요 방향은 ‘주택 공급 확대’와 ‘세입자 보호’ 정도입니다.

둘 모두 가시적인 효과에는 물음표가 찍힙니다.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전문가들이 꼽는 모범 답안이긴 합니다. 하지만 급한 불을 끄기엔 한계가 뚜렷하고, 공공 임대주택을 더 지어도 전세 사는 중산층이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전·월세 대출 강화도 간접적인 지원 방안의 하나로 거론됩니다. 정부 기금으로 지원하는 ‘버팀목 전세대출’ 금리를 낮추고, ‘주거안정 월세대출’ 신청 자격을 완화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돈을 푸는 것은 세입자의 세 부담 능력을 높여 오히려 전·월세 가격을 높일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과도한 전세금을 지불했다가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커진 이른바 ‘깡통전세’ 보호 방안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주택보증이 운영 중인 ‘전세금 반환 보증’ 상품의 가입 조건을 기존 서울·수도권 전셋값 4억원 이하, 지방 3억원 이하에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에서 가격 제한이 없는 유사 상품을 내놓은 마당에 공공이 고소득층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말이 많습니다. 또 최근 경매에 넘어간 아파트의 낙찰가율이 감정가(시세)의 90%를 웃돌고 있어서 어지간한 고액 전세가 아닌 한 위험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고요.

그나마 새로운 방안으로는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 인하 정도가 꼽힙니다.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이자율을 현행 연 7%(기준금리의 4배)에서 4~5% 수준으로 낮춘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임대차 계약기간 연장(2→4년)을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지 않는 한 말 그대로 빛 좋은 개살구일 뿐입니다. 전환율 상한선은 계약 기간 중에만 유효할 뿐, 2년 임대차 계약이 끝나고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죠. 현재 국토부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므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사실 이런 한계점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 전·월세 대책을 준비 중인 공무원들입니다. 기왕에 새 대책을 내놓기로 한 이상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노답’의 벽을 넘길 기대해 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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