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인수권 파는 쉰들러, 현대엘리 주가 '뚝뚝'

신주인수권 저평가에 원래 주식 매력 떨어져
경영권 분쟁 잦아들어 '경쟁적 매수' 없어진 점도 주가 하락 부추겨
  • 등록 2014-02-08 오후 8:00:14

    수정 2014-02-08 오후 8:00:14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 쉰들러홀딩아게가 유상증자 전 기존 주주들에게 배정되는 청약 권리인 148만장의 신주인수권을 처분한다고 밝히면서 현대엘리베이터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특히 신주인수권증서가 거래된 지난 7일 신주인수권 가격 저평가로 원래 주식에 대한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주가 하락폭은 더욱 컸다. 이런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017800) 주가는 지난 7일 전일대비 4.34%(1850원) 내린 4만 800원에 장을 마쳤다. 쉰들러가 신주인수권을 처분하겠다고 밝힌 3일 이후 나흘 동안 연일 약세 흐름을 보이면서 주가는 무려 11.8%가 내렸다.

자료 : 마켓포인트
신주인수권은 유상증자를 받을 수 있는 권리로 이를 문서화한 신주인수권증서를 따로 상장시켜 상장일로부터 5영업일 간 매매할 수 있다. 기존 주주가 추가로 유증 청약을 받고자 한다면 이 권리를 사면 되고, 쉰들러처럼 권리는 있지만 증자에 자금 투입을 원치 않을 때는 팔수도 있다.

신주인수권 물량이 나오게 되면 투자자들은 신주인수권을 살지, 기존 주식을 살지 고민하게 되는데 신주인수권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면 투자자들의 수요는 신주인수권으로 몰릴 수 있다. 쉰들러가 148만장에 달하는 신주인수권을 대량으로 처분하게 되면 가격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소액주주 등 기존 투자자들이 원래 주식을 팔고 신주인수권을 사는 움직임도 가속화할 수 있어 주가는 더 내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일 신주인수권의 가격은 5740원에 형성됐다. 신주인수권 가격에 유상증자 가격(1차 발행가 3만2350원)을 더한 값이 현재 주가(4만 800원)가 되어야 하지만, 이보다 낮을 경우 신주인수권의 가치가 저평가 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신주인수권증서가 원래 주식 가격보다 저평가되는 이유로는 유상증자를 받을 생각이 없는 개인투자자들이 가격에 상관없이 이 증서를 마구잡이도 내다파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주인수권 저평가 변수와 함께 현대가와 쉰들러간 경영권 분쟁 이슈가 잦아드는 것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유상증자 이후 쉰들러의 지분율은 기존 30.9%에서 21%로 떨어져 더는 현대가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세력이 될 수가 없어진다.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는 서로가 먼저 주식을 매집하려고 하기 때문에 주가는 오를 수 있지만, 이처럼 ‘고래 싸움에 새우만 덕보는’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작아진 것이다.

한편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주가 하락으로 현대그룹의 자구계획이 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일축한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주가가 하락하면 기존에 계획했던 것보다 더 적은 금액이 유상증자로 들어올 수 있지만, 금액 차이가 기업을 흔들만큼 심각한 수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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