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록지 않은 대외여건..무역수지 불황형 흑자로 가나

4월 무역수지 22억불 흑자..수출입 모두 감소
전문가들 "향후 여건 더 어려워"
  • 등록 2012-05-01 오후 4:24:52

    수정 2012-05-01 오후 5:13:10

[이데일리 황수연 기자] 지난 달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지만 수출입 모두 감소했다. 앞으로 흑자를 유지한다 해도 수입이 수출보다 더 감소하는 `불황형 흑자` 형태를 띨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흑자의 질이 좋지 않을 거란 의미다.

1일 지식경제부는 4월 수출이 전년동월대비 4.7% 감소한 462억6400만 달러, 수입은 0.2% 감소한 441억110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무역수지는 21억5300만 달러로 지난 2월부터 석 달 연속 흑자를 보였지만 흑자폭은 전달 25억 달러에 비해 줄었다.   수출은 전 달(-1.4%)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경부는 지난달 총선 등으로 조업일수가 전년보다 1.5일 감소한 데다, 지난 해 같은 달 수출 실적이 좋았던 탓에 기저효과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조업일수 1일은 수출 규모 20억 달러 정도의 차이를 낸다.

  특히 나라별로 보면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도 둔화되는 모습이다.

미국의 경우 전년동월보다 5.6% 증가하는 데 그쳤다. 1~20일까지의 잠정치이기 때문에 월말까지 두고봐야겠지만 FTA 발효 이후 기대효과가 반영됐던 지난 3월(27.9%)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특히 EU는 유럽 재정위기 등의 영향으로 16.7% 감소했다.

지경부 수출입과 관계자는 "미국 FTA의 실질적 혜택을 받는 자동차 부품과 섬유제품의 수출은 꾸준히 회복되고 있지만 기계와 철강 등 중간재 수출이 더딘 영향으로 전체 수출 증가율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수출 역시 1.7% 증가에 머물렀다. 앞선 관계자는 "중국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 데 따라 앞으로도 수출이 생각만큼 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하반기 경기가 전체적으로 살아나면서 중국 수출도 좀 호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도 수출 주력 품목들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선박(-21.7%)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주량 자체가 줄면서 현재 인도 절대금액 자체가 감소했다. 무선통신기기(-37.1%)는 해외생산 비중 확대의 영향으로 약세를 이어가고 있고 이외에 반도체 (-8.3%) 철강(4.0%) 자동차(13.6%) 일반기계(8.5%) 등 주력 품목 수출 실적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수입은 석유제품(38.3%), 가스(43.6%) 등 주요 에너지의 높은 수입 증가율에도 기타 철강제품(-49.1%)과 비철금속 등 원자재·자본재 수입 둔화, 소비재 수입 감소 등으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다.

지경부는 "대외 여건의 불안과 고유가 기조 유지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무역수지 흑자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며 "오는 6월말 수출 및 무역수지 전망치를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 연초 지경부는 연간으로 수출은 5950억 달러, 수입은 5700억 달러, 무역 흑자는 250억 달러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의 전망 역시 어둡다. 유럽 재정위기가 이어지면서 대외 불확실성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국 경제도 성장속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외 불확실성은 다소 줄었지만 유럽국가들의 재정긴축으로 유럽의 실물경기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며 "선진국 수출 부진에도 중국 등 개발도상국으로의 수출로 그나마 버텨왔는데 중국 상황도 좋지 않아 올해 세계경제 활력이 더 낮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수출 증가도 더디지만 내수 위축으로 수입도 줄면서 결과적으로는 흑자지만 구성상 전망은 좋지 않다"며 "하반기 회복될 가능성은 있어도 앞으로 2~3달 이상은 불황형 흑자의 형태가 유지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적자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세계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지긴 어렵기 때문에 원화가 빠르게 절상되면서 국제유가 급등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면 적자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자료:지식경제부)


▲ (자료:지식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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