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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장례는 5일에 걸쳐 롯데그룹장으로 치러진다. 43년간 롯데에 재직하며 그룹의 ‘큰 어른’으로 자리매김해 온 고인을 예우하는 차원이라고 롯데 측은 설명했다. 장례 절차는 독실한 크리스천인 고인의 뜻에 따라 기독교 예법에 따랐다.
조문은 오전 9시부터 시작했다. 현장은 일찌감치 취재진과 롯데그룹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다수의 그룹 관계자들은 신동빈 회장에 이어 ‘ 2인자’ 역할해 온 고인의 부재를 실감하지 못하며 눈물을 훔쳤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9시37분쯤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얼굴은 붓고 눈은 붉게 충혈된 상태였다.
빈소에 들어가기 직전 ‘고인을 마지막에 본 것이 언제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신 회장은 울컥하며 망설였다.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신 회장은 아끼는 심복을 잃은 슬픔에 헤어나오지 못한 듯 보였다. 겨우 “나중에 하겠습니다”라고 답한 채 빈소로 향했다.
빈소에 마련된 고인의 영정 앞에서 신 회장은 다시 손수건을 들어 눈물을 훔쳤다. 고인의 영정에 헌화를 마친 뒤 신 회장은 고인의 영정 앞에서 묵념한 뒤 아들과 며느리 등 유족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신 회장은 이후 40여 분 간 조문실에서 동행한 계열사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애통한 분위기 속에 침묵이 길었다. 신 회장은 참석자들과 고인의 평소 성품과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눈시울을 붉혔다. 신 회장의 맞은 편에는 장례위원장을 맡은 소진세 사장, 왼편과 오른편에는 각각 김치현 롯데건설 대표와 이재혁 롯데칠성 대표가 함께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빈소 마련 과정과 장지를 의논했다”면서 “유가족의 의사를 존중하고 그룹의 모든 예를 다해서 추모하기로 하고 자리를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이날 빈소 내부에는 고인이 20년 넘게 보필해 왔으나 현재는 적대적 관계로 돌아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도 조화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신 총괄회장의 조화는 고인의 영정사진 오른편에 놓였다. 왼편에는 신 회장의 조화가 자리했다.
고인은 신 총괄회장을 보좌하며 롯데그룹의 성장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지난해 경영권 분쟁 당시 신 총괄회장 측이 공개한 친필서한에서 고인을 신동빈 회장과 함께 해임대상으로 거론하는 등 ‘형제의 난’을 계기로 등을 돌렸다. 앞서 신 총괄회장은 전날 고인의 자살 소식을 보고받고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애도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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