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1월 06일자 36면에 게재됐습니다. |
| ▲ 뮤지컬 `캣츠`(사진=설앤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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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서윤 기자] 도시 뒷골목의 황량한 쓰레기장. 어둠 속에서 기괴한 분위기의 고양이들이 하나둘 등장한다. 늙은 극장고양이 거스, 반항아고양이 럼 텀 터거, 마법사고양이 미스터 미스토벨리스….
1년에 한번 있는 고양이축제 ‘젤리클 볼’에 모인 각양각색의 고양이들은 새로 태어날 고양이로 선택받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각자의 삶에는 파란만장한 인생의 단면이 녹아 있다.
초연 30주년을 맞아 지난해 12월31일로 서울 공연을 마친 뮤지컬 ‘캣츠’가 전국 공연에 돌입, 13일부터 29일까지 부산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인순이·박해미·홍지민 등 그리자벨라 역으로 캐스팅된 스타 배우들과 럼 텀 터거 역의 에녹·정민, 거스 역의 강연종 등 굵직한 뮤지컬계 베테랑 배우들이 서울에 이어 부산에서도 명품연기를 펼쳐보인다.
| ▲ 뮤지컬 `캣츠`(사진=설앤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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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는 T.S.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토대로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작곡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아름다운 노래가 곁들여진 작품이다. 뚜렷한 이야기구조가 없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독특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볼거리는 어느 작품보다 화려하다. 고양이 눈높이에 맞춰 3~7배로 부풀려 제작된 집채 만한 깡통과 쓰레기로 뒤덮인 무대부터 시선을 끈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푸른 조명 아래 드러나는 고양이 의상은 요염하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고양이들의 단체 재즈댄스가 돋보이는 ‘젤리클 송’이나 하얀고양이 빅토리아의 발레나 애크로배틱도 시선을 끄는 요소다.
| ▲ 뮤지컬 `캣츠`(사진=설앤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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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주목할 대목은 ‘캣츠’에서 가장 유명한 뮤지컬넘버 ‘메모리’. 늙은 창녀고양이로 변신한 인순이·박해미·홍지민은 풍부한 가창력으로 관객들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이끌어 간다. 아름다웠던 그리자벨라는 늙고 볼품없는 모습으로 따돌림 당하지만 이 노래를 통해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결국 하늘로 올라가는 고양이로 뽑히면서 힘들었던 나날과 안녕을 고한다.
관객들과 더욱 가깝게 호흡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고양이역을 맡은 배우들은 시시때때로 객석으로 뛰어들어 연기를 펼치는가 하면 휴식시간에는 함께 기념촬영을 하거나 슬그머니 다가와 장난을 치면서 관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