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이미 벤처 인큐베이팅 공간이 적지 않다. 대기업들이 앞장선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뭐가 다를까.
지난 30일 오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 나노종합기술원 9층에 있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만난 창업가들은 대기업의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를 꼽았다. 대기업이 고객도 되고 파트너도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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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창업경진대회 2위를 한 바 있는 대학생 사장인 엠제이브이 황민영 대표는 “SK의 인맥 네트워킹 툴을 활용하는 게 좋았다”면서 “말단부터 올라가야 했을 텐데 사업본부와 바로바로 연결해줬다. 실리콘 밸리 연수에선 만나기 어려운 벤처 캐피탈 리스트를 만나 도움이 됐다. 기술개발 자금도 최대 2억 원이라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엠제이브이는 HTML5 웹기반 영상 자동 제작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디자이너들이 영상 포맷을 올리고 네티즌들이 다운 받는데 수수료를 받는 모델이다. 그는 “SK와모바일 진출이나 소상공인 서비스 등을 같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칩설계 분야 창업기업인 (주)제이마인드의 박지만 대표는 ETRI 책임연구원 출신이다. 제이마인드는 사물인터넷(IoT)의 센서 신호처리를 위한 고분해, 저전력, 저면적을 실현할 수 있는 아날로그디지털변환기(ADC)에 적용되는 신기술을 개발 중이다. 박지만 대표는 “반도체 설계는 돈이 많이 드는데 SK하이닉스가 있어 공모전에 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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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발전 소자는 유리섬유 위에 열전소자를 구현, 체온(36.5℃ )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이를테면 땀흘리고 뛰다가 체온으로 스마트시계를 충전할 수 있다.
이경수 테그웨이 대표는 “우리 기술은 웨어러블과 폐열이 발생하는 에너지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데 SK그룹은 둘 다 있어 할 게 많다”면서 “SK가 고객이 될 수도 있고 마케팅 네트워크 통해 전 세계에 연결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창업보육센터에서 못하는 게 결국 마케팅 연결”이라며 ”자동차 쪽에서 나온 제안요청서(RFP) 정보를 알려주면서 해 보라고 권유받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삼성전자에서 퇴사해 초소형 나노분광센서를 개발한 (주)나노람다코리아의 최병일 대표는 “미국에서 5년 개발하고 한국에 들어왔다”면서 “올해 3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SK텔레콤 전시관 안에 부스를 열고 실리콘밸리 로드쇼를 하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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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를 비롯한 생명공학연구원, 기계연구원 등 국책연구소와 기업연구소들이 밀집한 대덕밸리와 대전센터가 만나면서 벤처 창업의 물꼬가 터진 것이다. 사실 ETRI의 경우 재직 10년이 넘으면 보통 연봉 1억 원 이상 받아 굳이 창업할 이유가 많지 않았다.
대전센터 내 인큐베이팅 기업 10개(드림벤처스타) 등 총 13개 벤처기업 대표의 면면을 보면 △박사출신이 6명(46%)△석사 4명(31%)△학사 2명(15%)△학부생 1명(8%)으로 석박사 출신이 3분의 2를 넘었다.
CO2 센서 개발업체 김준웅(35) 엑센 대표는 2년 전 카이스트 박사과정 재학 중 친구들과 창업에 도전, 지난해 인큐베이팅기업에 선정됐다. 이날 IoT를 이용한 심폐소생교육 키트를 선보인 권예람 아이엠랩 대표는 카이스트 박사과정 중인 학생이고, 국내 최대 국책연구소인 ETRI 광가입자연구실장 출신인 이상수 옵텔라 대표는 저전력 저비용으로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는 광통신 기술로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한편 대전센터는 올해 8월 10개 인큐베이팅 기업들이 수료하고 새로운 기업을 받는다. SK그룹은△총 500억원에 달하는 창업·벤처기업 투자 펀드와 해외투자기관과 연계한 해외진출 지원 프로그램(‘글로벌 벤처스타’ 공모전)△SK-Knet 청년창업투자펀드(300억 원)와 SK동반성장펀드 등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SK텔레콤의 미국 자회사인 SK이노파트너스의 산호세 사무실에 입주시키고△올 상반기 중에는 모바일 분야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대전 T-아카데미’)을 오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