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이날 "최근 국제유가 하락, 환율안정 등을 감안해 기름 값 환원과정에서 담합이 없었는지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업계의 담합가능성을 살피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지만 국제유가 하락, 환율안정까지 거론한 것으로 봐선 함부로 올렸다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압박은 점점 세지고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말 "정유사들이 아름다운 마음에서 인하한 만큼 거둘 때도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은근히 업계를 압박했다. 심지어 김정관 지경부 제2차관은 4일 SK에너지(096770)를 두고 `카드할인을 종료하고 공급가격은 내리라`는 구체적인 제안까지 내놨다.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정유사들도 순차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GS칼텍스가 먼저 `단계적 인상방침`을 밝혔고, 나머지 업체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의 분석결과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가 3개월간 휘발유 공급가격을 리터당 72.59원만 내렸고, SK에너지는 100원 할인시행 전인 3월말 타사가 평균 16.32원을 내릴 때 오히려 15원을 인상했다. 더구나 전국 1만1927개 주유소 중 100원 이상 인하한 주유소는 15.7%(1875개)에 불과했다.
정유사들이 약속한대로 리터당 100원 할인방침이 실제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만큼 기름 값을 올리더라도 이를 감안해 100원을 다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게 소비자시민모임의 설명이다. ◇ 100원 환원, 정부에게도 양날의 칼..유류세 인하 압박
정부가 정유사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100원 환원은 정부 입장에선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원유 관세인하에 대해선 부처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지경부는 원유 관세를 3%에서 0%로 낮추면 리터당 21원이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재정부는 부정적이다. 이는 이론상의 수치일 뿐, 실제로 판매가격에 반영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한 달에 1100억원의 재정손실이 소요되는 일이라 결정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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