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함양아 개인전 ‘형용사적 삶 > 넌센스 팩토리’에서 눈길을 잡아끈 것은 전시장 벽면 한쪽에 인형 크기만한 초콜릿으로 만든 작가의 전신상이다.
전신상은 전기 열판과 연결돼 바닥부터 녹아내리고 있었다. 함양아는 적정한 온도에서 보관하지 않는 한 녹아 없어질 수밖에 없는 초콜릿의 운명과도 같은 물성을 두고 “언젠가는 없어진다는 점에서 인간의 삶과 비슷하다. 작가로서 접하는 세상과 역학 관계를 초콜릿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함양아는 유명 큐레이터들의 ‘초콜릿 두상’ 시리즈를 만들고, 미술품 컬렉터 찰스 사치의 부조를 만들었다. 앞서 서울과 네덜란드에서 관객들이 초콜릿 두상을 먹고 만지게 하는 퍼포먼스를 실시했고, 비디오 작품으로도 담아냈다. 전시 두상 중 일부는 형체가 뭉개져 있다.
함양아는 다큐멘터리 형식과 서사의 방식을 빌려 객관적 거리를 유지한 채 영상과 설치 작업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사람 간의 관계를 관찰하는 작가다.
‘사회 안의 개인들로서의 기둥 설치’의 20여개 기둥은 각각 하나의 인간을 뜻한다. 함양아는 이 작품에서 서울이란 공간에서 나날이 벌어지는 욕망을 좇는 삶을 영상으로 포착해 풀었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동하는 내비게이션 화면과 이 화면의 동선과 함께 이동하며 보이는 도로를 촬영한 두 개의 모니터를 대비했다. 또 사운드, 영상과 여러 장치를 이용해 인물의 개성, 감정, 집단 의식을 각각 표현했다.
인간이 훈련하고 조정한 사회구성원으로 비둘기를 설정하고, 비둘기의 눈으로 인간 세계를 들여다보게 한 ‘새의 시선’, 과학자와 스타일리스트의 대화를 영화 형식을 빌려 만든 영상 작품 ‘보이지 않는 옷’도 전시 중이다.
아트선재센터는 작가 쥬노 김과 독립 큐레이터 최경화의 공동 연구 프로젝트인 ‘산책 일지’도 전시 중이다. 일본 민예운동의 선구자 야나기 소에쓰, 영국 예술가 윌리엄 모리스, 영국 여행가 이사벨라 루시 버드, 독일 식물학자 게오르그 에버하드 룸피우스 등 4명을 조사하면서 수집한 영상, 드로잉 이미지와 작가와 큐레이터의 공동 각본을 편집한 영상이 전시 중이다. 4월25일까지. 성인 3000원, 학생 1500원. (02)733-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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