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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8일 노환으로 연극배우 백성희가 향년 91세로 타계했다. 백성희는 1950년 창단한 국립극단의 최고령 현역 원로단원이었다.
1925년 9월 2일 서울에서 태어난 백성희(본명 이어순이)는 17세에 빅터무용연구소 연습생, 빅터가극단 단원을 거쳐 1943년 극단 현대극장 단원으로 입단해 같은해 연극 ‘봉선화’로 데뷔했다. 이후 약 60년 동안 연극 외길을 걸으며 한국 연극사의 산증인이 됐다.
특히 1972년 국립극단 단장 직선제에서 최연소 여성 국립극단 단장으로 선출되며 1970년대 국립극단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런 성과로 1991년 다시 한 번 국립극단 단장에 추대됐으며 2010년에는 서울 용산구 청파로의 국립극단 내 국내 최초로 배우의 이름을 딴 극장인 ‘백성희장민호극장’의 주인공이 됐다.
‘작품은 가려서 선택하지만, 배역은 가리지 않는다’는 신조 아래 평생 400여편의 연극에서 다양한 역을 맡았다. 대표작으로는 ‘봉선화’(1943), ‘뇌우’(1950), ‘나도 인간이 되련다’(1953), ‘씨라노 드 벨쥬락’(1958), ‘베니스의 상인’(1964), ‘만선’(1964), ‘달집’(1971), ‘무녀도’(1979),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81), ‘메디아’(1989), ‘강 건너 저편에’(2002), ‘3월의 눈’(2011) 등이 있다.
타계를 예감한 것인지 지난해 12월 구순을 맞아 회고록 ‘백성희의 삶과 연극’을 냈다. 책에서 백성희는 자신이 한평생 몸을 바쳤던 연극에 대해 “연극은 내가 볼 수 없는 것까지 보게 만들어,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의 새로운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참으로 오랜 여행이었지만, 나는 지금 그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에 무한히 감사한다”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2일 오전. 장지는 분당 메모리얼파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