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억 세금 줄줄 새는데..표류하는 금거래소

  • 등록 2013-06-05 오전 10:00:01

    수정 2013-06-05 오전 11:11:32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지난달 23일 금시장 양성화을 위한 간담회가 박원석 의원(진보정의당) 주최로 민간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당국자가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열렸다. 거대한 지하경제를 형성하고 있는 금시장을 양성화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는 것만 확인한 자리였다.

정부는 지난 2008년 고금 의제매입공제 시행과 함께 ‘뒷금’ 양성화 차원에서 2010년 금거래소 도입 방안을 내놨다. 2011년 9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금거래소 개설을 위한 일반상품거래법 입법예고까지 마쳤다. 하지만, 지난해 법제처 심사에서 반려된 후 아직까지 표류상태다.

정부가 금거래소 개설을 추진한 이유는 ‘뒷금’ 거래를 양성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봤기 때문이다.

‘뒷금’ 거래가 판을 치는 이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관세와 부가가치세 영향이 크다. 부가가치세 납부는 세정당국의 감시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실물만 주고 받는 거래로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특히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상속이나 증여 수단으로 금 만한 것이 없다. 골드바는 매입과 동시에 부가가치세 10%와 매입수수료 등을 합하면 17.5% 가량이 추가로 든다. 사자마자 17.5%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향후 20% 가까이 상승해야 본전인데도 수요가 몰리는데는 이런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대로 산업용을 제외한 일반 금 유통시장 규모를 5조원대로 볼 때 대략 3조원대의 금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부가가치세 10%를 감안하면 한 해 3000억원 가까운 세금이 걷히지 않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표준화돼 있지 않으니 항상 순도 논란도 끊이질 않고 있다. 세계적으로 99.9% 순도를 순금으로 보고, 런던금시장협회(LBMA)가 골드바의 품질기준과 적격생산업체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품질기준이나 적격생산업체 제도가 없다. 최근 조폐공사가 인증한 금이 인기를 끄는게 이런 이유에서다.

귀금속 업체들은 금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탓에 제도권 금융에서 금융지원을 받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지인이 우수한 귀금속 제품 생산 의뢰를 받고도 납품을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금거래소가 활성화될 경우 새는 세원을 끌어 들이는 것은 물론 표준화된 금이 거래되므로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도 한결 수월해지게 된다. 거래소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양성화된 업체로서 금융권의 금융지원을 좀 더 활발하게 받는 길이 열릴 수 있게 된다.

금이 갖고 있는 투자상품과 일반재화라는 이중성 때문에 각 부처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금거래소가 당초 귀금속산업발전방안에서 나온 만큼 산업적 요소까지 가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통합법의 틀에 맞춰 투자상품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막상 거래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것도 골칫거리중 하나다.

금거래소 개설을 준비해온 한국거래소 측은 도입 방안 발표시부터 지금껏 3년여를 준비해 온 만큼 정부의 방침만 확정된다면 차질없이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원석 의원은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내걸었고, 업계에서도 금시장 유통구조 개선 목소리가 나온 만큰 조속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4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일부 부유층의 재산 은닉수단이 되고 있는 금 거래를 양성화하기 위해 금거래소 설립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금 거래야말로 음성·무자료 거래가 판치고 있는 지하경제의 표본”이라고 질타했다.

▶ 관련기사 ◀ ☞ '한국의 金'에 울고 떠난 조지 소로스 ☞ 지하경제 양성화 한창인데 금(金)은 다시 장롱 속으로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따끔 ㅠㅠ
  • 누가 왕인가
  • 몸풀기
  • 6년 만에 '짠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