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귀성 대신 '알바' 택한 MZ들…"남들 쉴때 바짝 벌래요"

고물가 부담에 MZ세대 '귀성 대신 알바' 확산
'전 부치기'부터 '명절 대청소'까지 각양각색
전문가 "친척들 싫은 소리 들을 바에 일하는 게"
  • 등록 2024-02-04 오후 2:00:20

    수정 2024-02-04 오후 7:33:33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서울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모(27)씨는 이번 설 연휴에 ‘전 부치기’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시간당 1만3000원을 받고 전통시장 내 반찬가게에서 전을 부치는 것이다. 사흘만 일하면 40만원 가량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소식에 휴식보단 부업을 택한 것이다. 이씨는 “연휴 때는 아무래도 시급이 높아 단기 아르바이트의 메리트가 크다”며 “잠깐만 일해도 한 달 용돈의 절반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들 쉴 때 바짝 버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구직자가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설 연휴(9~12일) 기간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다수 시민이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부담을 느끼는 데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명절에 고향을 찾기보다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는 탓이다.

동네 일자리를 연결하는 플랫폼에는 식당·카페 같은 일반적인 아르바이트부터 ‘전 부치기’·‘떡 포장하기’ 같은 설 맞춤형 아르바이트, ‘명절맞이 대청소’ 같은 이색 아르바이트까지 각양각색 구인구직글이 올라왔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자취하는 주모(22)씨도 당근알바 사이트에 수시로 들어가고 있다. 창원 본가에 내려가는 대신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서다. 그는 “어릴 때 친하던 사촌들도 지금은 각자 사회생활 한다고 뿔뿔이 흩어지다 보니 명절에 만나면 어색하고 불편할 때가 있다”며 “부모님께는 일한다는 핑계를 대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오히려 속편하다”고 털어놨다.

서울 성북구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7)씨는 ‘펫시터’ 아르바이트를 도전할 생각이다. 설 연휴 기간 고향에 내려가거나 여행을 가는 사람들의 동물을 대신 돌봐주는 일이다. 이씨는 “평소 강아지와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직접 키울 환경이 되지는 않았다”며 “펫시터로 일하면 개인적인 만족감도 채우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알바천국이 성인남녀 34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명절 연휴 기간 아르바이트를 할 것이라는 응답은 62.3%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를 앞두고 진행한 동일 조사 결과보다 8.3% 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반면 설 연휴 고향 방문 계획이 있다는 이들은 절반 이하인 45.6%로 집계됐으며, 이는 지난해 동일 조사 결과보다 6.3%포인트 하락한 수치였다. 연령별로는 30대(64.6%)가 가장 적극적인 구직 의사를 보였다. 전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20대 중에서는 직업별로 응답률이 상이하게 조사됐는데, 직장인이 69.7%로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격차가 있기 때문에 연휴 때 가족과 보내지 못하고 일하면서 보내는 계층의 사람들이 있다”며 “또 한편으로는 젊은 친구들이 ‘언제 취업하냐’, ‘왜 결혼 안 하냐’ 등 싫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직계가족만 보고 방계가족은 멀리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설 연휴 전집 아르바이트 구인글 (사진=당근마켓 당근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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